지금의 혼란은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이 어설프게 마무리되면서 남긴 불씨 탓이 크다. 법과 원칙, 엄정 대응을 외쳤던 정부는 우왕좌왕하다 일단 파국을 면하고 보자며 안전운임제 논의를 계속하는 선에서 매듭짓고 말았다. 그 후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민주노총은 이를 다시 파업의 빌미로 삼아 노동계 동투 화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서야 당정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노조는 이제 한술 더 떠 영구적으로 제도를 유지하고, 기존 적용 차종과 품목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받는 최저 운송료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2020년 도입 후 화물차 사고 건수는 오히려 7.9% 더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회 민생특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화물차 운임비는 3년간 30% 증가하면서 화물차 기사 소득은 최대 2배로 뛰었다고 한다. 시멘트업체 등 중소 사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는데도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사업자 간 가격통제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화주가 운송업체에 지급하는 가격을 정부가 정한 대로 따르라는 것인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자율운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한상의 등 6개 경제단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운임제 폐지, 화물연대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계는 안전운임제가 인위적 물류비 급등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노조의 주장은 논리와 근거가 부족하다. 파업을 위한 핑계일 뿐 사실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주장이나 다름이 없다. 화물노조의 파업으로 벌써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파업 중단을 선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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