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신경 안 썼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한 우루과이의 에이스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가 24일 한국과의 경기 도중 이강인에게 거친 슬라이딩 태클을 한 뒤 지나치게 격렬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도발했다. 이에 이강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루과이는 24일 저녁(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한국과 0-0으로 비겼다. 발베르데는 이날 강력한 중거리슛을 때려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후반 29분 나상호(26·FC서울)와 교체돼 경기장을 누볐다.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은 패스와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흔드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문제의 장면은 경기가 0-0으로 마무리되던 후반 추가 시간 2분 나왔다. 경기 중 발베르데가 관중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당시 이강인이 우루과이 진영 측면을 드리블로 돌파하자 발베르데는 거친 슬라이딩 태클로 이강인을 저지했다.
이강인을 쓰러뜨린 발베르데는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골을 넣었을 때 하던 격렬한 어퍼컷 펀치 세리머니를 하고 이강인을 내려다보며 포효하는 도발을 했다.
이강인의 역습을 차단했다는 기쁨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위험 지역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발베르데가 이강인에 대한 경쟁심 내지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강인의 기를 꺾음으로써 남은 추가 시간 동안 한국의 사기를 저하시키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강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기를 이어나갔다. 경기 후에도 이강인은 기자들과 만나 “경기 중에 어떤 상황이 항상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있지 않았다”며 “다른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발베르데는 앞서 2017년 6월 4일에 열린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양손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선수다. 당시 개최국은 한국이었다.
발베르데는 자신의 친구를 위한 세리머니였다고 해명했지만 경기 후 라커룸에서 당시 우루과이 선수들이 단체로 눈을 찢는 포즈로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발데르데는 이후 6월 11일 열린 이탈리아와의 3·4위전 경기에서도 야유를 보내는 한국 관중들을 향해 ‘더 크게 소리 질러 봐라’는 듯 두 손으로 귀를 감싸며 도발하는 제스처로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내거는 슬로건 중 하나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라(Say No to Racism)”이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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