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전기차가 미래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리튬'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하얀 금’로도 불리는 리튬은 2차 전지 양극재의 원료로 배터리에서 양·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리튬의 국제 가격은 미국 달러가 아니라 중국 화폐단위인 ‘위안’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는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는 '페트로 달러'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리튬 시장, 가격 단위도 中위안화
2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4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565.5RMB(10만4589원)/kg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85.5RMB(3만4308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리튬만이 ‘나 홀로’ 상승하는 이유는 전기차 판매 증가에 의한 2차전지 수요 급등이 원인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리튬의 국제 가격 기준이다. 원유 결제를 달러로 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를 통해 미국은 1·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가치를 확보·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달러의 힘은 구리, 텅스텐 등 다른 광물의 가격기준이 된 원인이기도 하다.
리튬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국제 리튬 시장의 중심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이다. 리튬 채굴 시장에서 중국은 13%의 점유율에 불과하지만 제련 시장에서는 44%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여기에 중국이 수산화리튬 등 리튬 화합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리튬의 가격기준이 '위안화'가 됐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원유를 통해 기축통화 위치를 지키고 있는 달러에 새로운 에너지원인 리튬으로 위안화가 도전장을 내는 모양새라는 분석이다.
韓 기업, 중국의존도 탈피 불가피
이 같은 중국 주도의 리튬 시장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의 리튬 가공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무려 81%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향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 탈피는 불가피하다. 미국이 내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라 전기차 생산업체들은 내년부터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광물을 40% 이상 적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받을 수 있다. 이 비중은 매년 10%p 높아져 2027년엔 70%로 올라간다.
공급망 다변화 없이는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고, 유럽마저 중국 원자재 의존도를 축소하는 방향의 원자재 법 제정을 검토 중이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최근 대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해외 자원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리튬·니켈·코발트 등의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프로젝트를 선별해 업계에 공유하면, 업계가 광산 개발·공급 구매계약 등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호주·캐나다·칠레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이미 맺은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현지의 유망한 개발 프로젝트도 발굴한다.
확보한 광물은 국내 제련기업이 가공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에서 제련하면 융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여기에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 등이 5년간 3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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