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 선"국가 제창 거부한 선수들 사형 당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웨일스를 꺾고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린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귀국 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섬뜩한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5일(현지시간) “이란의 웨일즈전 2-0 승리로 아시아가 함께 기뻐하고 있지만, 정작 이란 국민들과 선수들은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 국가 제창을 거부한 이란 선수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최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지난 9월 16일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숨진 채 발견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매체 BBC는 22일 "인권 운동가들에 의하면 이란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고 1만6800명이 체포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책에 이란 국가대표 선수들도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1차전 잉글랜드전에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관중들 역시 이란 국가가 흘러나왔을 때 야유를 쏟아내며 반정부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또한, 이란 축구 대표팀의 주장 에산 하즈사피가 공개석상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즈사피는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월드컵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려 한다"고 밝히면서 "대표팀이 그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부상 투혼을 선보인 사르다르 아즈문 역시 소셜 미디어에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선발 논란에 휩싸인 끝에 간신히 최종 명단에 승선하기도 했다.
‘더 선’은 “이전에도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처벌을 받은 운동 선수들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엔 이란의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부리아 가푸리가 정권을 비판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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