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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구급대원 "사고 차량서 구조한 중상자가 내 딸이라니...결국 사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7 12:41

수정 2022.11.27 13:30

구급대원 제이미 에릭슨의 17세 외동딸 故 몬태나 에릭슨. (캐나다 CTV 뉴스 갈무리) /사진=뉴스1
구급대원 제이미 에릭슨의 17세 외동딸 故 몬태나 에릭슨. (캐나다 CTV 뉴스 갈무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캐나다의 한 구급대원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해 병원으로 보냈으나 이후 숨진 중상자가 다름 아닌 친딸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캐나다 앨버타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응급대원인 제이미 에릭슨은 신고를 받고 선발대로 현장에 도착해 초동 대응에 나섰다.

출동한 현장에는 트럭과 충돌해 마구 찌그러진 승용차가 있었는데 탑승자 2명 중 운전자는 먼저 구조됐지만 동승자인 한 소녀가 위중한 상태로 남겨져 있었다.

에릭슨은 30분에 걸친 필사의 작업 끝에 소녀를 빼내는 데 가까스로 성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을 마쳤다.


소녀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어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후 퇴근해 집에 도착한 에릭슨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자신이 구했던 환자가 17살 된 자신의 딸 몬태나인 것을 알게 됐다. 사고 현장에서 직접 딸을 구조해 구급헬기에 태워 보냈지만 부상이 워낙 심한 탓에 미처 딸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이후 캘거리의 한 병원에서 한줄기 생명의 불씨를 붙잡고 사흘간 사경을 헤매던 딸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Paramedic Jayme Erickson, center, who was called to a crash last week and didn't know she was trying to save her own daughter because the injuries were too severe, is comforted by her husband Sean Erickson, as she speaks to the media in Airdrie, Alberta, Tuesday, Nov. 22, 2022. (Jeff McIntosh/The Ca
Paramedic Jayme Erickson, center, who was called to a crash last week and didn't know she was trying to save her own daughter because the injuries were too severe, is comforted by her husband Sean Erickson, as she speaks to the media in Airdrie, Alberta, Tuesday, Nov. 22, 2022. (Jeff McIntosh/The Canadian Press via AP)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에릭슨은 18일 하늘로 떠난 딸 몬태나의 부고를 알리며 "내가 마주했던 환자가 내 피붙이였다니. 내 외동딸이자 나 자신, 몬태나였다니. 그땐 아이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라며 고통스러웠던 당시를 회고하고 "딸과 함께한 17년에 감사하긴 하지만 나는 산산조각 난 채 부서졌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슬픔 가운데서도 에릭슨은 딸의 장기를 기증키로 했다. 에릭슨은 "사랑하는 딸은 하늘로 떠나면서 두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고 전한 뒤 "내 아기가 다른 이들을 통해 삶을 이어갈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딸이 자랑스럽다.
딸이 너무 보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슨의 동료와 친구들은 몬태나의 장례비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이 소식을 알렸다.
25일 현재까지 에릭슨 가족을 위해 모금된 돈은 11만1500달러(약 1억5000만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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