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산불 조심" 헬기서 방송하더니 2~3초 뒤 '퍽' 소리내며 추락했다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8 07:30

수정 2022.11.28 07:30

27일 오전 10시 50분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산에서 속초시와 고성군, 양양군의 공동 임차헬기가 추락, 5명이 숨졌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7일 오전 10시 50분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산에서 속초시와 고성군, 양양군의 공동 임차헬기가 추락, 5명이 숨졌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27일 강원 양양군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졌다.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사고 당시 충격을 짐작케했다.

헬기 추락사고 당시 지상에 떨어진 기체는 화염과 함께 여러 차례 폭발했다. 프로펠러 등이 사방으로 흩어진 각종 기체는 화염에 새카맣게 타 잿더미로 변했다.

사고를 목격한 한 주민은 “집에서 헬기가 산불 방송하는 것을 들었는데 불과 2∼3초 뒤에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시커먼 연기가 바로 올라와서 ‘헬기가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현장에서 근처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꽝'하는 소리와 함께 집 밖으로 나와 보니 뒷산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또 "30여분 뒤 소방차와 산불진화 인력이 도착해 진화에 나선 후에도 수차례 폭발음이 이어져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인근에서 농사일을 하다 현장을 목격했다는 B씨는 "헬기가 갑자기 추락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왔으나 불길이 야산으로 옮겨 붙고 사고헬기에서 불길과 폭발이 계속돼 마땅히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추락 헬기는 속초시와 고성·양양군이 산불진화 등을 위해 공동 임차했다. 전북 임실에 본사를 둔 한 민간업체가 보유한 기종 중 하나로 S-58T이다. 특히 사고 헬기는 미국 스콜스키사가 1975년에 제작한 노후 헬기다. 강원도내 18개 시군에는 모두 9대의 임차 헬기가 운용 중이다. 70년대 제작된 기종은 사고 헬기를 포함해 총 4대로 밝혀졌다.

사고로 숨진 기장과 정비사 등 5명의 시신은 양양 장례문화원에 안치됐다. 경찰은 아직 신원 파악이 안 된 사망자 2명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들로부터 검체를 채취했다.

한편, 사고 원인 규명에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체가 거의 불에 타고, 탑승자들도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조사위원회는 장비 결함, 조종사 과실, 기상 여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이 나온 것은 없다”며 “남은 잔해로 퍼즐을 맞춰가며 원인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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