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관저 만찬 내내 주호영 원내대표를 "선배님"이라고 호칭하고 포옹하는 등 집권 여당 지도부를 향한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특히 최근 일부 친윤계의 반발을 마주한 주 원내대표를 격려하며 당내 갈등 봉합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송년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서 윤 대통령의 왼쪽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른쪽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내내 주 원내대표의 호칭을 "선배님"이라고 깍듯하게 높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5선 중진이자, 사법연수원 14기로 윤 대통령(23기)보다 9기수 선배이다.
이날 대통령과 지도부 사이에선 “우리가 하루 만나고 말 것도 아니고 자주 볼 건데 편안하게 이야기하자”며 향후 소통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참석자들은 시작부터 재킷을 벗어 놓고 편하게 대화를 나눴으나, 윤 대통령은 국정조사 등 정치 현안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정말 고생이 많으시다"며 격려하고 포옹을 하기도 했다. 또 오후 9시쯤 당 지도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내일(토요일) 휴일인데 뭐하러 일찍 가시냐"고 만류해 만찬이 1시간가량 더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당 지도부를 한 사람씩 모두 배웅했다.
윤 대통령의 지도부를 향한 스킨십을 두고 주 원내대표와 정 위원장 ‘투톱’ 지도부에 신뢰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경찰 수사 뒤 국정조사 기조에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반발에 휩싸인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당내 친윤계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합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에 불참했고 이튿날 국회 본회의 표결 때는 반대표를 던지며 파열음을 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현 지도부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재확인하는 '관저 정치'를 발휘해 당내 불씨를 잠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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