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화 사업자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구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제3조의4 등에 대해 낸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심판 대상인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4는 '영화업자는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근로시간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시 같은 법 제96조의2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영화제작사를 운영하는 A씨는 영화 제작을 위해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근로 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씨는 2심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영화비디오법 3조의4가 사업자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영화업자와 근로자 간 계약은 근로 계약보다는 사실상 도급 계약이라 볼 수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시간을 명시하라는 것은 영화제작 계약과 일반 근로계약을 동일하게 취급해 잘못됐다는 것이 A씨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 법 조항은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영화업자에게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릴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여타의 사용인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위반 시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영화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영화근로자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그 결과는 근로조건의 악화로 나타났다"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으로 인해 많은 영화근로자들이 고용불안이나 임금 체불에 노출됐고 촬영현장에서의 각종 변수에 따라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불규칙해지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도 자주 지적됐다"고 했다.
헌재는 "영화비디오법은 특히 취약한 지위에 있던 영화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명시 의무가 영화업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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