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지난 추석연휴 부산의 한 빌라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인 50대 이웃 주민이 구속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금품 절취를 위한 범행으로 추정된다. 피의자는 아직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웃 주민 A씨(50대·여)가 경제적인 이유로 금품 절취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한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올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12일 낮 12시49분쯤 부산진구 양정동 한 빌라에서 어머니 B씨(40대)와 고고생 딸 C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B씨의 중학생 아들 D군이 어머니와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초기 외부침입 흔적이 없었고 이들 가족이 생활고를 겪어왔던 상황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수사가 진척되면서 타살의심 정황이 잇달아 발견됐다. 숨진 모녀 부검에서 부검의는 질식사가 고려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모녀가 숨지기 전 B씨 집 마지막 방문 손님을 A씨로 특정하면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목 눌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사건 당일 저녁 8시쯤 B씨에게 전화로 약속을 잡은 뒤 B씨 집에 방문했다. 이들은 평소 지인으로 왕래가 잦은 편"이라며 "B씨 모녀가 숨지기 전 마지막 방문객이 A씨였다"고 말했다.
B씨 집을 방문한 A씨는 B씨 가족에게 가져온 음료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부검 결과 숨진 모녀의 몸과 생존한 D군 몸에서 수면유도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 음료에서도 동일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음료를 준 것은 인정하나, 수면제는 넣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A씨가 해당 음료에 자신이 처방받은 수면제를 타서 마시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가 B씨가 가진 금품을 절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숨진 B씨가 착용하고 있던 귀금속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라진 이 귀금속(시가 600만원 추정) 행방을 아직 찾지 못한 가운데 A씨가 다른 지인에게 전달했거나, 금은방 등에 팔아 처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인근 350여개 금은방을 탐문하고 금속 탐지기로 주변을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어, 이 귀금속의 행방을 찾아 직접적인 증거 물품으로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이 빌라 거실에는 B씨가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고 옆에는 흉기가 있었다. B씨의 고교생 딸 C양은 방에서 발견됐으며, 타박상을 입고 숨진 상태였다.
C양의 방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자연적으로 꺼지기도 했다. 함께 살던 반려견도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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