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2030년 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들이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5개 도시가 참여하는데 사실상 부산과 리야드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한국과 사우디의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최근 방한은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방한 기간 그는 국내 최고의 VIP들을 만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만났다. 총 2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모두 실현될 경우 경제적 효과는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을 마친 뒤 돌연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 의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만큼 일본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2030년 리야드 엑스포 유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체결한 대부분의 MOU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30년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혁신전략 '비전 2030'과 연관돼 있다. '비전 2030'에는 더 이상 석유로만 먹고사는 나라에서 벗어나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를 위해 비석유 부문 산업 육성과 함께 서울시의 44배(2만6500㎢)에 달하는 초대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2017년 발표 당시 5000억달러(약 670조원)였지만, 최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네옴시티 완공 목표시기인 2030년에 엑스포를 개최, 세계에 '비전 2030'의 성과물을 보여주겠다는 게 빈 살만의 구상이다.
문제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한국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2030년 엑스포 유치국가는 내년 11월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70개국이 참가해 비밀투표로 결정한다.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 집행위원인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자를 만나 "2030년 엑스포 지지국가를 확정하지 않은 BIE 회원국이 아직 120여개국에 이른다"면서 "사우디가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의 표심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자심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민간위원회가 국내 주요 그룹들로 구성돼 있어 사우디와 경쟁구도하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익과 기업의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문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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