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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년 예산안 여야 극한 대치, 합의처리 물 건너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8 18:26

수정 2022.11.28 18:26

야당, 정부 예산 삭감 위협
국정과제 줄줄이 좌초 위기
28일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소위원장 주재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 조정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28일 오전 국회에서 우원식 소위원장 주재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 조정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윤석열 정부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여야의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윤석열 정부 예산을 대폭 줄인 삭감안 단독처리 의사까지 밝혔다. 여당은 예산안 본회의 신속 통과를 다시 촉구했다.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원회는 당초 이번 주 초까지 감액·증액 심사와 비공개 협의를 모두 마칠 계획이었다. 이어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일정이었으나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 합의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엄혹한 시기임에도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에 바쁜 정치권에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은 비단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더욱 유난스럽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보이콧부터 기록적인 사건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몰면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자처했다. 급기야 야당은 사전 합의를 뒤집은 채 대통령 연설을 거부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예산안 심사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건으로 파행을 빚다 '선 예산안 처리'로 간신히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 이재명표 예산은 늘리고, 윤석열 정부 예산은 집중적으로 삭감하면서 시한 내 처리가 아득해진 것이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이재명표 예산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거스르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 방향과도 거꾸로 가는 내용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가 줄줄이 좌초될 수 있다.

야당은 국토위에서 주택도시기금 중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6조원 늘렸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우선분양 등 공공분양 지원예산은 1조원 넘게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 중점 예산인 용산공원 임시개방과 공원계획 수립예산도 165억원을 잘랐다. 행안위에선 경찰국 운영비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면서도 이 대표 주요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예산을 5000억원 늘렸다. 이뿐 아니다. 이 대표 포퓰리즘 공약으로 비판이 많았던 기초연금 인상, 쌀값안정화 지원 등에 '묻지마' 증액이 이뤄졌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겨우 1%대에 불과하다. 장기침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런 시국에 새해 예산안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나라 곳간은 거덜이 났다. 윤 정부의 첫 예산안이 건전재정 복귀의 신호탄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불필요한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물리치고 절박한 약자 보호와 민생 현안, 경제 살리기에 최적의 지출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을 다해 심사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삭감안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발목잡기도 없다.
예결위 비공개 협의체 '소(小) 소위' 가동 이야기도 나온다. 깜깜이 심사, 밀실 심사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구태와 관행에 경제는 멍들고 민생은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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