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로 주문해주세요." 강남역 지하 1인 점포, 작은 커피점조차 키오스크가 점원을 대신했다. 주문받을 시간에 점포 사장은 커피를 내렸다. 효율의 극치다. 가뜩이나 빠른 사회가 더 빨라진 것이다.
일본으로 가기 약 반년 전인 2018년 9월 6일자 '사람 사라진 사람중심 경제'라는 기명칼럼에서도 사람이 기술에 대체되는 사회를 언급한 바 있는데, 약 4년 새 서울 거리나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현물' 돈은 잘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은행 창구에서 약간 좀 많다 싶을 정도의 현금을 뽑을라 치면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돈은 전산에 숫자로만 표기될 뿐이다.
그새 익숙해진 탓인지 서울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 위에 올라탄 것인지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서울에서 머뭇거림은 곧 뒤처짐을 의미한다.
키오스크 앞에 서면 여전히 작아지고,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령자들이 그렇다.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도 키오스크 앞에서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그냥 안 먹겠다. 못하겠다"고 하소연하질 않았나. 다른 사람들은 3분이면 해결될 항공사 체크인도 백신 접종증명서 업로드니, 온라인 사전입국 신청 등을 하지 못해 30분이나 항공사 카운터에 서서 기다리는 고령자들이 많다. 차만 몰 줄 아는 사람들에게 현란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결제시스템은 또 다른 기술장벽이다. 이 때문에 "처음 차를 넘겨받은 그대로 쓰는 고령자들이 많다"고 한다. 통상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가 100이라면 55세 이상은 장애인(81.7)보다 낮은 69.1로 내려간다.
분명한 것은 서울이 그렇게 친절한 세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도 늙고, 당신들도 늙을 텐데 말이다. 거대한 메타 시대가 오면 다음번 낙오자들이 또 생길 것이다. 속도가 빠른 사회에서 고령자로서의 삶은 진정 만만치 않다. 배려 없는 속도감에 대한 짧은 소고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산업IT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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