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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터차트'로 돌아다본 K팝 역사’-SM엔터테인먼트 편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는 한터차트와 함께 K팝의 세계화를 이끈 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의 역사를 살펴본다. 30년 역사의 한터차트는 케이팝 빅데이터를 집계하는 세계 유일의 실시간 음악차트로 내년 2월 ‘30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2' 를 개최한다. -편집자주
한국 대중음악은 1980~199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했다. 그 속에서 탄생한 문화가 바로 ‘아이돌(Idol)’ 문화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그룹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오늘날 케이팝 문화의 시초는 1996년 H.O.T 등장과 함께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들어온 케이팝 세계관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현재 ‘광야’로 대표되는 SM만의 세계관은 이렇듯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이수만과 H.O.T.
SM의 수장 이수만은 외국 유학 중 미국의 팝 문화와 MTV를 접하고 연예기획자를 꿈꿨다. 1989년 SM기획을 창립한 그는 가수를 꿈꾸던 유영진의 자작곡을 접한 뒤 그를 영입했는데, 그는 이수만의 오른팔이자 SM의 만능 히트메이커로 여전히 활약 중이다. 당시 소속 가수 현진영이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등으로 큰 인기를 끈 한편 일명 ‘연습생 문화’로 일컬어지는 케이팝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SM이 본격 출범한 1년 뒤인 1996년 H.O.T.는 '캔디'로 데뷔해 가요계를 강타했다. 한터차트에 따르면 이들은 단숨에 1집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로 103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1996년 연간 음반차트에서 9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2집 ‘Wolf and Sheep’은 152만 장으로 연간 1위, 1집은 102만 장으로 연간 4위 앨범으로 기록됐다. 이후 2000년까지 H.O.T.의 앨범은 5년 연속으로 연간 음반차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H.O.T.의 인기에 따라 'Club H.O.T.’와 같이 공식 팬클럽을 비롯한 오늘날 케이팝의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당시 팬클럽 1기부터 5기까지 누적 회원 수는 약 22만명에 달했다. 당시엔 온라인이 아닌 우편으로 가입신청을 받았다는 점과 14세 이상의 나이 제한, 가입비 1만5000원 등의 조건을 생각하면 대단한 팬덤이 아닐 수 없다.
■SM 소속 그룹 잇단 성공, 2000년대 한터차트 줄지어 차트인
H.O.T.이후 S.E.S.(1997), 신화(1998), 플라이 투 더 스카이(1999)까지 SM이 배출한 그룹들은 연이어 흥행했다. 특히 1997년부터 아시아를 타격한 IMF로 연간 앨범 발매수가 445장(1997)에서 232장(1998)이 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는데도 SM은 남성, 여성 그룹, 남성 듀오 등 여러 형태의 아티스트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2000년대 초반 SM의 야심작이었던 보아는 '아시아의 별'로 떠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2002년 2집 ‘No.1’과 2.5집 ‘Miracle’로 81만213장의 합계 판매량을 달성하여, 연간 총 음반 판매량 2위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2003년에는 3위에 랭크됐다. 2000년 초반 디지털 음원의 성황으로 앨범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솔로로서 압도적인 음반 판매 파워를 입증했고,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사실상 해외 진출 성공을 통해 SM뿐 아니라 케이팝 시장 속 '한류'의 기틀을 세운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이후 SM의 또 다른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케이팝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03년 동방신기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2005),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2005)까지 차례로 흥행하고, 뒤이어 2007년 소녀시대, 샤이니(2008), 에프엑스(f(x), 2009)까지도 모두 호성적을 거뒀다.
2000년대 한터차트 연간 아티스트 음반 판매량 차트에서는 SM 소속 아티스트가 줄지어 차트인하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으로 동방신기가 2위에 랭크된 데 이어, 2006년에는 동방신기 2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4위, 슈퍼주니어 5위, 신화가 13위에 랭크됐다. 2009년에는 소녀시대가 ‘Gee’, ‘소원을 말해봐’를 히트시키며 1위에 올랐고, 동방신기는 4위, 슈퍼주니어는 5위, 샤이니는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추세는 2010년대 초반에도 이어졌다. 2010년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가 나란히 연간 총 음반 판매량 1, 2, 3위 아티스트였으며, 2011년에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동방신기가 나란히 1~3위까지 차지했다. 2012년에는 슈퍼주니어 1위, 동방신기 3위, 샤이니 6위의 기록을 달성했다. SM의 아티스트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스토리텔링으로 케이팝의 위상을 높였다.
■마침내 엑소 등장, 아이돌산업에 세계관 도입
그 절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엑소(EXO)가 2012년, 마침내 등장했다. 엑소의 데뷔와 함께 아이돌 산업에 '세계관'이 도입됐다. 멤버들에게 부여된 초능력 세계관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지만 데뷔 앨범부터 계속해서 연장된 세계관은 엑소의 흥행과 동시에 팬들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엑소는 2013년 1집 ‘XOXO (Kiss&Hug)’, 1집 리패키지 앨범 등으로 연간 총 앨범 판매량 97만5,230장을 기록하며 연간 음반 판매량 1위 아티스트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1위 아티스트였던 슈퍼주니어보다 약 2.8배의 음반을 더 팔아 치웠다. 엑소와 함께 케이팝은 본격 피지컬 앨범의 시대로 회귀했다.
SM은 케이팝의 명가답게 2015년도에는 앨범 기준으로 한터차트 연간 총 판매량 1, 2, 3, 4, 8, 9위에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랭크시켰다. 엑소, 슈퍼주니어, 샤이니가 그 주인공이다. 엑소는 123만710장으로 연간 총 음반 판매량 1위 아티스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4년 데뷔한 레드벨벳 역시 멤버들의 고유 숫자와 색, 동물 등이 정해져 있는 세계관을 이어갔다.
2016년 NCT(엔시티)는 케이팝에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을 알렸다. NCT(엔시티)는 무한개방, 무한확장을 내세우며 다양한 조합의 유닛, 그리고 고정되어 있지 않은 멤버 수로 그룹이 구성됐다.
이러한 색다른 개념의 세계관에서 NCT는 가장 큰 성장력을 보여줬다. 2018년 엔시티 127이 31만9168장의 연간 총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으나, 폭발적인 성장세로 2021년에는 엔시티 드림이 308만9298장으로 10배 성장하며 연간 음반 총 판매량 3위에 올랐고 엔시티 127이 222만5235장으로 4위에 랭크됐다. 특히, 엔시티 드림은 2021년 상반기, 한터 글로벌 케이팝 리포트에서 선정한 종합 1위 아티스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로나 시국에 등장한 에스파, 현실과 가상 잇다
결과적으로 코로나는 케이팝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20년 11월, 레드벨벳 이후 처음으로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가 등장했다. 에스파는 SMCU의 첫 번째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현실 세계'의 멤버와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디지털 세계를 통해 소통하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색다른 세계관을 내세운 에스파는 2021년 연간 음반 판매량 40만6513장으로, 여성 그룹 중 총 음반 판매량 3위에 랭크됐다.
디지털 싱글 ‘Next Level’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터차트의 연간 음반차트에서 5위에 랭크되는 등 디지털 차트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 이를 통해 SM의 세계관 키워드인 ‘광야’, ‘블랙맘바’, ‘아이’ 등의 개념도 급속도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처럼 SM은 케이팝 문화 선구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30년간 SM이 구축해온 케이팝의 세계관은 실로 방대했다. 그리고 그 세계관을 누구보다 앞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올해도 SM 소속 아티스트의 활약은 눈부셨다. 최근 NCT 127의 정규 4집 '질주 (2 Baddies)'는 초동 154만 장을 돌파하며 SM 역대 초동 1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올해 발표한 에스파의 미니 2집 'Girls'는 초동 110만 장을 돌파하며 케이팝 걸그룹 최초 초동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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