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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호떡 찾아요"…고물가에 사라지는 겨울낭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1 05:00

수정 2022.12.01 08:29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 뉴스1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 뉴스1

[파이낸셜뉴스] #. 최근 직장인 방모씨(27)는 붕어빵을 먹기 위해 노점상을 찾아 30분을 걸었지만,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해 매일 현금 2000원을 들고 다니는데 요즘엔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며 "길거리에서 겨울 간식을 파는 곳들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 겨울 간식인 붕어빵·호떡이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사에 타격을 맞은 데다 최근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며 이를 버티지 못하고 장사를 접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맞아 붕어빵·호떡을 찾는 시민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노점상 8년 만에 3200여곳 사라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붕어빵·호떡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의하면 지난 2012년 9292개였던 길거리 노점상은 2020년 6079개로 8년 만에 3213개(34%)가 사라졌다. 지난해 9월엔 5873개로 감소하면서 약 1년 새 206개가 추가로 없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올해까지 이어진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노점 수는 이보다 더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겨울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보기 힘들어진 이유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길거리 손님이 줄어 장사에 타격을 받은 데다 최근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18로 전년 동기 대비 9.5%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10.2%)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전보다 올랐으며 식용유가 42.8%, 밀가루 36.9% 상승하면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여기에 붕어빵 앙금을 만들 때 쓰이는 팥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수입산 붉은 팥 40kg의 도매가격은 27만200원이다. 평년 18만6330원과 비교했을 때 45%가량 치솟은 수준이다.

팥, 반죽 올라 팔아도 남는게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 장사를 접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상인은 "지금 붕어빵 가게가 사라지는 이유는 붕어빵을 팔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팥, 반죽 모든 게 올라 팔고 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길거리에서 간식이 사라지면서 시민들도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직장인 권모(30)씨는 "매년 이맘 때쯤 되면 길거리 간식이 생각난다"며 "예전엔 현금을 들고 다니면서 붕어빵과 호떡을 사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그러기가 어려워져 아쉽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찾기 어려워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자발적으로 붕어빵 가게 위치를 표시하는 '대동붕어빵여지도'도 등장했다. 대동붕어빵여지도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늘면서 붕어빵뿐 아니라 모든 풀빵의 위치를 공유하는 ‘대동풀빵여지도’로 진화했다. 대동풀빵여지도엔 현재까지 약 1100개의 가게가 등록돼 있다.

아울러 붕어빵 가게를 찾아주는 앱도 나타났다. ‘가슴속 3000원’은 전국의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붕어빵 위치 공유 앱이다.
앱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붕어빵 가게를 알 수 있으며 붕어빵 가게까지의 이동 시간, 가격, 평점과 리뷰 등을 볼 수 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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