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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명분 차단·실패 없는 제로코로나, 中방역 완화 조짐 '솔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1 10:37

수정 2022.12.01 11:08

- 베이징 대형 쇼핑몰 1일부터 영업 재개 등 지방정부 '완화' 정책 잇따라 
- 주민 요구 수용으로 강경 진압 명분 세우고 '실패 없는' 제로코로나 완성
11월 3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철망 안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정지우 특파원
11월 3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철망 안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 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여전히 확산되고 있지만 대형 쇼핑몰 영업장 문을 다시 여는 등 완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쓰촨성 청두와 충칭시, 허난성 정저우 등도 일부 정책을 느슨하게 조정했다.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20개 조치에도 요지부동이던 지방정부가 이런 조치는 잇따라 내놓은 것은 제로코로나 봉쇄로 시민 불만이 고조돼 시위에 동참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위의 이유를 없애면 강경 진압 명분도 된다. 점진적 위드코로나 전환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해석 역시 나온다.


■지방정부 '완화' 정책 잇따라
1일 베이징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라이푸스, 순이룽화아울렛 등 쇼핑몰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한다고 전날 공지했다. 한국인 밀집 지역 왕징을 포함하고 있는 차오양구의 허셩후이도 이날을 시작으로 음식점과 슈퍼마켓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핑구, 우다오커우, 창핑구 등의 대형마트와 쇼핑센터는 각각 지난달 25일~30일 사이에 영업장 문을 다시 연다고 이미 통지했다.

매장에 입장하려면 48시간 이내 핵산(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또 입구에서 건강 코드를 스캔하고 온도를 측정하며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베이징 일부 지역은 전날에도 PCR 검사 때 인원 밀집에 따른 감염 위험을 줄이고 재원을 절약하기 위해 장기간 집에만 거주하는 노인과 매일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 유아, 재택근무자 등의 경우 외출 수요가 없다면 매일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쓰촨성 청두는 공식 계정을 통해 주택 단지 등을 출입할 때 더 이상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건강 바코드는 스캔해야 한다. 또 주택 단지에 들어온 지 5일 이내 주민은 당국이 발표하는 전염병 예방·통제 최신 정책을 따라야 한다. 입국자, 밀접접촉자, 집중격리장소 관계자, 의료종사자 등은 매일 한차례 핵산 검사가 의무다.

청두 당국은 “위험 직위와 핵심 인력에 대해 핵산 검사를 수행하고 검사 범위를 확장해선 안 된다”면서 “일반적으로 행정 구역에 따라 전체 핵산 검사를 수행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충칭시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밀접접촉자 선별 범위에 대한 임의 확대를 금지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밀접접촉자라도 요건이 충족되면 자가 격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가 있는 허난성 정저우시는 도시 전역에 내려졌던 봉쇄를 지난달 30일 해제하고 주민 외출을 허용했다. 5일 만이다.

그러나 외출을 위해선 48시간 내 PCR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재개했고 슈퍼마켓, 이·미용실, 생활 보장 기관도 문을 열었다. 영화관, 도서관, 식당 등의 영업도 순차적으로 오픈한다. 정저우 방역 당국은 “점진적으로 일상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국에서 벌어진 코로나19 방역 항의 시위와 단속 현장. 흰색 옷을 입은 방역요원이 한 시민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왼쪽). 시위자들이 핵산검사소를 쓰러뜨리고 있다(가운데). 경찰이 영국 BBC 기자로 추정되는 외국인을 체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트위터 캡처.
중국에서 벌어진 코로나19 방역 항의 시위와 단속 현장. 흰색 옷을 입은 방역요원이 한 시민에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왼쪽). 시위자들이 핵산검사소를 쓰러뜨리고 있다(가운데). 경찰이 영국 BBC 기자로 추정되는 외국인을 체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트위터 캡처.

■강경 진압 명분과 실패 없는 제로코로나
지방 정부가 연이어 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은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백지 시위’의 원인이 외국 세력의 배후설과는 별개로, ‘주민 불편’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여우첸 국가질병통제국 감독 1국장은 최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군중들이 제기한 문제는 감염병 통제 자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책의 간소화, 층층이 가중되는 조치, 대중의 요구를 소홀히 한 점, 일부 지역에서 마음대로 통제구역과 범위를 확대한 점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시위 명분이 떨어지고, 향후 중국 공산당 혹은 시진핑 집권 3기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정부가 각 지방정부 방역 당국에 감시·감독 인원을 내려보내 국무원의 ‘정밀 방역’ 20개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다른 한편에선 시 주석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제로코로나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점진적 완화로 ‘출구 전략’을 모색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노마스크 관중 등으로 이미 세계의 위드코로나 현상을 중국인이 목격한 만큼 기존 ‘무관용 제로코로나’는 유지가 힘들다고 보고 초강력 방역의 힘을 빼는 단계라는 취지다.

중국 고위직 중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가 전날 방역 당국 관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오미크론 변이체의 병원성이 낮고 더 많은 중국인이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전염병 퇴치 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중국 최고지도부의 전략 수정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렇게 되면 신장위구르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을 내놓은 점, 코로나19 방역 관련 주민 요구를 수용한 점, 시위의 외국 세력 배후설을 제기한 점 등을 근거로 향후 ‘백지 시위’를 강력히 단속해도 내란 혹은 국가 전복 등으로 포장한 공권력 대응 명분도 세워진다.


주요 외신은 “쑨 부총리가 회의에서 동태적 제로코로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전 브리핑과 다른 점”이라며 “쑨 부총리의 발언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공식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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