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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탈중국 속도 낸다...생산 다변화에 초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4 06:28

수정 2022.12.04 06:28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지난달 23일 상여금 미지급과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 봇물이 터진 가운데 애플이 중국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중국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지난달 23일 상여금 미지급과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시위 진압 경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 봇물이 터진 가운데 애플이 중국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중국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애플이 최근 수주일에 걸쳐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19 봉쇄 여파와 또 이에 반대하는 시위로 심각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이 일부에 집중된 지금의 구조가 큰 결함을 안고 있다는 자각에 따른 것이다.

애플은 정저우 공장 가동률이 20~30%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올 4·4분기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4이 600만~1500만대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저우에 지나치게 집중

애플 하청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은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다.

직원 수만 최대 30만명에 이른다.


아이폰을 비롯해 다양한 애플 제품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한 때 정저우 공장에서는 아이폰 프로 모델의 약 85%를 생산하기도 했다.

정저우 공장은 그러나 10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봉쇄에 들어가 생산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에는 회사측이 지급하기로 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데 따른 불만과 봉쇄 거부감이 동시에 폭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서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

집중화 위험성

폭스콘 US 경영진 출신인 앨런 융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집중화가 부를 위험성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자유교역이 표준이었고, 상황은 늘 예측가능했다"고 말했다.

융은 이어 그러나 "지금은 이제 신세계에 접어 들었다"고 지적했다.

애플도 이제는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규모의 경제, 비교우위 등 장점보다 생산을 중국에 집중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심각한 생산 차질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

소식통들에 따르면 애플이 내놓은 대응 방안 가운데 하나는 공급망 다변화다.

조립업체 저변을 확대해 공급망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내 업체라고 해도 정저우 집중화 분산이 가능하다면 수용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룩스셰어 정밀산업(Luxshare Precision Industry), 윙텍테크놀러지 등 중국 업체 2곳이 애플의 탈중국 계획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룩스셰어 경영진은 연초 투자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일부 가전 고객들이 코로나19 방역, 정전 등 여러 문제에 따른 중국의 공급망 대혼란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 고객사가 자사에 자신들의 중국 외부 생산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중 윈윈

애플과 중국은 그동안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때문에 애플이 중국 비중을 축소한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중국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당장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무게 중심을 순식간에 옮기려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매년 업그레이드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컴퓨터 등을 원활하게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WSJ은 이를 "엔진을 교체하는 동안에 항공기가 계속 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애플 운영책임자 출신인 케이트 화이트헤드는 "애플이 원하는 규모로 모든 조각들을 짜맞출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인도, 아이폰 40~50% 생산 목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중국화는 서서히 진행돼 왔고, 최근에는 속도가 더해지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시위가 빚어지고, 일부는 시진핑 국가 주석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정부, 반체제 시위가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애플의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 조 바이든 행정부 2년을 포함해 6년 가까이 미중 군사 갈등, 무역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애플 분석으로 유명한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장기적으로 인도에서 아이폰 전세계 출하 물량의 40~45%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 비중은 4%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이제 애플에 골치거리가 됐다.

웨드부시증권 주식리서치 상무인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정저우 공장이 애플에 골치덩이를 뜻하는 이른바 '알바트로스(albatross)'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폭스콘 비중도 축소

애플은 정저우 공장 사태를 계기로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의존도 역시 줄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경제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수출 규모는 2019년 한 해에만 320억달러(약 41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중국 전체 수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이른다.

다만 애플이 생산 무게 중심을 중국에서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동하려면 관련 부품 산업 역시 이동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계획은 장기에 걸쳐 서서히 진행될 전망이다.


또 막대한 중국 시장이 자리잡고 있는 터라 무게 중심이 이동한 뒤에도 중국은 애플의 생산·소비 시장으로 여전히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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