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온난화 저주…영구동토 녹아 '좀비 바이러스' 봉인 뜯기나

연합뉴스

입력 2022.12.04 08:32

수정 2022.12.04 08:32

시베리아에 수만년 전 묻힌 바이러스 속속 노출 "동물사체 내 잠복 병원체는 인간에도 전염 위험"
온난화 저주…영구동토 녹아 '좀비 바이러스' 봉인 뜯기나
시베리아에 수만년 전 묻힌 바이러스 속속 노출
"동물사체 내 잠복 병원체는 인간에도 전염 위험"

온난화에 해빙 속도 빨라지는 북극 영구동토 epa06239589 (21/33) A caribou crosses the Arctic tundra along the Dalton Highway near Sagwon, Alaska, USA, 04 September 2017. Stretching 414 miles (666 kilometers) north from central Alaska to Prudhoe Bay, the Dalton Highway is one of America's northernmost roads and arguably
온난화에 해빙 속도 빨라지는 북극 영구동토 epa06239589 (21/33) A caribou crosses the Arctic tundra along the Dalton Highway near Sagwon, Alaska, USA, 04 September 2017. Stretching 414 miles (666 kilometers) north from central Alaska to Prudhoe Bay, the Dalton Highway is one of America's northernmost roads and arguably its most remote. Built as a supply road for the Trans-Alaska Pipeline, the Dalton was opened to public use in 1981. Largely gravel and littered with potholes, a round-trip drive takes four days. Though it still offers few facilities and no radio, cell service, or internet the Haul Road, as it is often called, rewards its rare visitors with spectacular Arctic scenery. EPA/JIM LO SCALZO ATTENTION: For the full PHOTO ESSAY text please see Advisory Notice epa06239568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가 녹아내리면서 수만 년간 갇혀 있었으면서도 전염력을 그대로 유지한 병원체가 대거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프랑스, 러시아, 독일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달 의학 논문 사전 등록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org)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시베리아 야쿠츠크 지역의 영구 동토에서 약 4만8천500년 전 호수 밑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류가 처음 보는 바이러스 13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토양이나 강은 물론 2만7천 년 전 죽은 시베리아 늑대의 창자에서도 발견된 이들 바이러스는 아직 충분한 전염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재활성화 속성을 들어 이들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로 불렀다.


WP는 과거 연구진이 이미 영구 동토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분리해낸 바 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동토에서 발견된 4만년 전 새끼 당나귀 epa06974147 A handout photo made available by the North-Eastern Federal University on 26 August 2018 shows the fossilized remains of an extinct Paleolithic horse race's foal, dug out from the permafrost in Siberia's Batagaika crater, in the Verkhoyansky District of the Sakha Re
동토에서 발견된 4만년 전 새끼 당나귀 epa06974147 A handout photo made available by the North-Eastern Federal University on 26 August 2018 shows the fossilized remains of an extinct Paleolithic horse race's foal, dug out from the permafrost in Siberia's Batagaika crater, in the Verkhoyansky District of the Sakha Republic, 675 kilometers north of Yakutsk, the capital of the republic, during its presentation at the university's Mammoth Museum, in Yakuts, Russia, 23 August 2018. The foal died between 30,000 and 40,000 years during the Upper Paleolithic the experts said. EPA/MICHIL YAKOVLEV/NORTH-EASTERN FEDERAL UNIVERSITY HANDOUT HANDOUT EDITORIAL USE ONLY/NO SALES

해당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의 바이러스학 교수 장미셸 클라베리는 "찾아볼 때마다 바이러스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우선 이번에 연구된 바이러스는 아메바에만 전염성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코로나19 병원체 같은 다른 부류의 바이러스는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보다 취약해 저온을 견딜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지상으로 노출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우려하고 있다.

학자들은 특히 얼어붙은 동물 내에 잠복하다 노출되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주목한다.

실제 2016년 러시아 북시베리아에서는 폭염으로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사슴 사체가 노출됐으며 이와 접촉한 어린이 1명이 탄저병에 걸려 숨지고 성인 7명이 감염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었다.


WP는 시베리아가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라면서 땅속에 얼어붙어 있던 유기체가 노출되는 일도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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