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원태성 기자 = 자타공인 '축구광' 최기연씨(31)는 회사에서 퇴근한 뒤 저녁만 먹고 잠시 쉬다 오후 8시쯤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4시간 만에 일어난 최씨는 8강전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시청한 뒤 무릎담요만 덮은 채 소파에 앉아 잠들었다 일어나 새벽 4시 한국과 브라질의 16강 경기를 보았다.
평소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마시던 맥주 대신 에너지 음료와 초콜릿바를 먹으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한 최씨는 "브라질전에서는 졌지만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룬 태극전사 덕분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6일 새벽 전국 3개 장소에서 거리응원전이 펼쳐졌지만 최씨처럼 집에서 응원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아파트 단지에는 아직 새벽인데도 불을 밝힌 집이 평소보다 많았다.
경기 화성시 동탄동에 거주하는 이모씨(33)는 새벽 응원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이씨는 "축구 끝나고 2~3시간 정도 자다 일어나 출근한다"며 "하루 정도 피곤하더라도 16강전을 어떻게 안볼 수 있느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에는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다"며 "포르투갈전의 기적이 또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축구 보면서 행복했으니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전 반차를 쓴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 손모씨(36)는 회사에서 반차를 쓸 수 있는 사람이 3명으로 정해져 있어 팀원 10명이 사다리타기 끝에 겨우 반차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지 않지만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 반차를 신청했다"며 "좀 더 쉬고 출근할 수 있어 일찍 일어나 TV 앞에서 응원했다"고 웃음지었다.
정시 출근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새벽까지 응원한 사람들은 출근한 다음에도 직장동료들과 내내 축구 이야기를 했다.
역삼동으로 출근한 직장인 김주은씨(26·여)는 "월드컵 기간에는 한국 경기는 봐야 대화에 낄 수 있다"며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보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월드컵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모씨(33)는 "새벽 4시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났는데 10분 만에 두 골 먹는 것을 보고 다시 잤다"며 "결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아침에 일어나 경기 결과를 보고 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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