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성장은 경기침체, 위기 예고나 다름없다. 불안해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저성장 속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위기의 씨앗을 찾다 보면 답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풀린 유동성은 물가를 자극하고 부실을 키웠다. 저금리 상황에서 급팽창했던 업종과 기업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통화긴축 땐 직격탄을 맞는다.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와 최근 경남지역 중견건설사인 동원건설산업의 부도가 신호다. 기업 부실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침체의 시대는 기회도 동반한다. 기업 매물이 쏟아지면 현금을 쌓아둔 사모투자펀드(PEF) 등엔 새 투자의 장이 열린다. 글로벌 위기를 경험한 국내 1세대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이 코앞까지 온 것은 PEF 운용사들엔 (기업구조조정 매물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선) 분명히 기회"라고 했다. 기존과 다른 시장상황도 주목된다. 과거엔 기업들이 수익이 안 나더라도 자산가치 상승의 혜택을 봤다. 이번엔 다르다. 자산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경영난에 내몰릴 기업이 늘어날 여지가 많다. 최근 전경련의 매출 500대 기업 대상 조사결과 절반가량이 "내년 투자계획을 못 세웠다"고 했다. 내년은 안갯속이다.
부동산 값 하락과 주요 산업의 퇴조도 불가피하다. 주택 값 하락은 실물경제에 전이된다. 소비는 급랭하고 있다. 가계재정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올 3·4분기 가계빚은 사상 최대인 1871조원에 육박했다. 카드 판매신용(빚)도 약 114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기업대출 잔액도 1770조원으로 1년 새 239조원가량 늘었다. 잔액, 증가폭 모두 역대 최대다. 수출 또한 지난 10월부터 꺾였다.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사회상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지고 영끌족의 아파트 투매 등이 예상 시나리오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문제는 정책 한계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5%대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기조도 변함없다. 통화정책은 물가에 방점이 찍혔다. 재정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의 '건전재정' 의지는 뚜렷하다. 기업구조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약할 수 있다. 집권 2년차인 윤석열 정부는 저성장 쇼크 시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경기사이클을 반등시킬 가능성은 적고, 수단은 빈약하다. 선택적 재정 확대 등 유연한 정책운용이 필요하다.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1%대 성장 멈춤 시대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지면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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