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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K-원전' 탄력...중동·유럽 찍고 아세안까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7 15:10

수정 2022.12.07 15:10

한·필리핀 정상회담 이어 정부 차원서 바탄 원전 논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출 이후 '순풍'…세계 관심
[프놈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11.12.
[프놈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11.12.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서 세계 각국이 국내 원전 기술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 수주와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협력의향서(LOI) 체결 등 해외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수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핀까지 우리 정부에 원전 사업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이 만약 필리핀 사업을 따낼 경우 K-원전이 중동과 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아까지 뻗어 나갈 발판을 만들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과 마크 오 쿠후앙코 필리핀 원자력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에서 필리핀 바탄 원전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지난달 양국 정상이 원전 협력 필요성을 논의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코후앙코 위원장은 이날 "필리핀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바탄 원전 건설 재개와 관련 기술 타당성 검증 수행 등에 있어서 한국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천 실장은 "한국은 원전정책 정상화,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보급을 통해 현실적이고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추진 중"이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원전건설과 운영기술을 바탕으로 적기 준공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이날 대화 테이블에 오른 바탄 원전은 필리핀 정부가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대비해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마르코스 정권 몰락 등이 겹치면서 핵연료 장전을 앞두고 사업이 중단, 현재까지 멈춰서 있다. 이후 바탄 원전은 유지 비용 마련을 위해 2009년부터 관광객에게 공개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력수급 대응 등을 위해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지난 3월 석탄화력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자국 전력원 구성에 원자력을 추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필리핀 정부는 바탄 원전 재개 여부를 검토했다.

아울러 두테르테와 연합해 올해 선거에서 승리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에서 자문을 받아 바탄 원전 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마르코스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한 것은 바탄 원전이 고리 2호기와 동일한 원자로형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원전을 설계수명(40년)까지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협력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한수원은 이미 2017년부터 필리핀 에너지부와 바탄 원전 재개를 논의해왔다. 당시 원전 사업 재개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 회생 작업에 약 1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바탄 원전 재개 시점은 이르면 2027년으로 전망된다.

원자력계는 한국이 바탄 원전 사업을 수주할 경우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특성을 고려해 검토 중인 지역별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바탄 원전 재개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필리핀 측의 (원전 재개) 협력 제의를 환영한다"며 "구체적인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 간 원전 협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정부는 케냐, 영국, 튀르키예 등의 원전 사업을 따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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