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연 10.25%의 고금리 정기적금을 판매했던 남해축산농협이 가입 고객에게 '적금을 해지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직원 실수로 해당 적금 상품의 비대면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의 이자를 지급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농협 측 사정을 고려해 적금을 해지하는 게 맞다고 얘기하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지역농협의 고질적인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고 지적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해축산농협은 이날 오전 고객에게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적금)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는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서 "남해군 어르신들의 피땀 흘려 만든 남해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없이 문자를 보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언급된 적금 상품은 특판으로 판매한 'NH여행적금'이다. 최고 연 10.25%의 고금리를 내세우면서 인기를 끌었다. 다만 대면으로 판매할 예정이었던 상품이 실수로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고 정보가 공유되면서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9억1200만원에 불과하다.
이날 또 다른 지역농협인 동경주농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도 제한 없이 고금리 적금 특판을 모집했다가 5000억원 이상이 모이자 고객에게 가입 취소 전화, 문자를 바쁘게 돌렸다.
문자에서 동경주농협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너무 많은 적금이 가입됐다"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오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썼다.
동경주농협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자금을 유치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알았는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가 모여 불가피하게 (해지) 안내 문자를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금융소비자는 "은행 사정을 고려했을 때 해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은행이 파산하면 그게 더 큰 문제"라는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 실수'라고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남해축산농협 특판 상품에 가입했다는 한 금융소비자는 "가입자들은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협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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