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최소 20명의 여성을 '아내'로 삼아 종교를 이용해 성적으로 착취해온 미국의 한 남성이 FBI에 기소됐다.
피해자 중 대부분은 미성년자로 알려졌으며 심지어 딸까지도 범죄 대상으로 삼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자신을 '예언자'로 대하지 않는 이들은 응징했다.
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주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8월 체포 및 구금된 사무엘 래피 베이트맨(46·남)을 기소했다. 사무엘은 아동학대 및 증거 조작 혐의를 받는다. 당사자는 지난 9월 무죄를 주장했으나 최신 법원 기록에 따르면 납치 및 기소 방해 혐의까지 추가됐다.
연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베이트맨은 애리조나주와 유타주 사이 경계 지역을 거점 삼아 미성년자를 포함한 20명의 아내를 두고 소규모 사이비 종교 그룹을 운영했다. 애리조나주에서 일부다처제는 불법이지만 유타주에서는 2020년부터 합법으로 전환됐다.
애리조나 CBS5가 보도한 법원 문서 내역에 따르면 베이트맨과 그의 아내 3명이 공모하여 네브래스카, 애리조나, 유타, 네바다 등으로 소녀들을 성매매 목적으로 이송했다고 기록했다.
지난 8월 체포 당시에도 베이트맨은 폐쇄된 트레일러에 세 명의 어린 소녀들을 태우고 있었다.
베이트맨이 일부다처제 그룹을 유지한 기반은 종교 교리였다.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근본주의 교회'(FLDS)의 일원이었던 사무엘은 자신의 분파를 세우기 위해 독립했다. FLDS는 몰몬교 분파 중 하나다. 일부다처제 역시 이 종교단체의 관행이라 알려졌다. 베이트맨에게 영향을 준 FLDS의 전 지도자는 현재 아동 성학대 혐의로 텍사스 교도소에서 종신형 복역 중이다.
베이트맨의 범행은 그루밍 성범죄자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범죄다. 피해자들은 범죄행위가 발생해도 자신이 범죄 대상이 됐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베이트맨은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라며 종교적 절대자를 앞세웠다. FBI 특수요원 던 마틴은 진술서를 통해 "주님들을 위해 그들(피해자)의 가치를 희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베이트맨의 입장이라 전했다.
FBI가 법의학적 인터뷰를 통해 체포 당시 발견된 11~14세 소녀 3명을 조사한 결과, 베이트맨의 성적 학대를 폭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FBI는 압수한 일기장의 내용을 토대로 이들 중 나이가 많은 소녀가 어린 소녀가 베이트맨에 대한 폭로를 막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베이트맨식 일부다처제는 남성 추종자들의 재정적 지원으로 유지됐다. FBI 진술서에 따르면 남성 추종자들은 심지어 자기 자식까지 베이트맨의 아내로 바쳤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베이트맨은 친딸마저 아내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친딸이 어머니와 함께 거처를 옮기며 가까스로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이트맨에게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트맨의 법률 대리인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FBI와 애리조나주 아동안전국도 사건에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에서 열리고 있는 베이트맨의 공판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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