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헬스케어 기업 휴먼스케이프가 한국GNE근육병환우회와 협력해 희귀질환 인지도 개선에 나선다.
또한 환우들을 대상으로 심층 건강설문을 진행해, 올바른 질환 이해와 나아가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휴먼스케이프는 희귀질환 통합솔루션 앱 '레어노트'를 통해 GNE근육병(GNE myopathy)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8일 밝혔다. 심층적 정보제공을 통해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키우고, 나아가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다.
레어노트는 희귀질환 관련 글로벌 치료제 개발 현황과 임상시험, 뉴스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GNE근육병은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들도 생소하게 느끼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시알산(Sialic acid) 효소를 관장하는 GNE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경우 발병한다. 앞서 일본 노나카 박사가 처음 발견해 '노나카 근육병(Nonaka Myopathy)'으로 부르다가 2014년부터 현재 명칭으로 변경됐다.
한국GNE근육병환우회는 GNE근육병을 세상에 알리고 환우들의 권익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2016년 설립된 환자단체다. GNE근육병 환우 100여명이 소속돼 있고, 질환 극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GNE근육병 증상은 주로 20~40세 사이에 처음 나타나 수십년에 걸쳐 진행된다. 처음에는 발목이 처져 발끝이 끌리면서 계단 오르기나 걸음걸이가 변한다. 발병 후 10년이 지나면 독립적으로 보행할 수 있는 능력이 소실된다. 팔과 목 근육도 점차적으로 약해져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는 심장이나 호흡근은 일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4만명 정도가 GNE근육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동이나 일본 등 인종적 특징에 더욱 흔하게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유병인구가 많지 않아 아직 국내에서는 인식이 부재한 데다 관련 연구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김지은 한국GNE근육병환우회 회장은 "GNE근육병은 조기진단과 재활치료가 이뤄지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어 질환 인지도 확대를 위해 레어노트와 협업하게 됐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료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환우회를 통한 국내 환우들의 단합과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GNE근육병은 특정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하기에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탓에 진단과 치료 전반이 늦어지게 된다. 휴먼스케이프는 이러한 현상적 원인에 착안해 지난 10월부터 약 한달에 걸쳐 GNE근육병 환우 48명과 함께 심층 건강설문을 진행했다. 발병 전후로 나눠 GNE근육병 환우들이 겪은 경험, 치료여정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취합했다.
건강설문 결과, 첫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서 진단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7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평균적으로 3곳에 달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해서야 GNE근육병을 진단받을 수 있었다.
진단 후에 느끼는 어려움으로는 △질환의 증상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51.1%) △치료제 부재로 인한 막막함(42.6%) △감정적인 어려움(4.3%) 순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기능에 대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하체 사용에서는 하체 사용에 대한 어려움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하지 기능 관련 문항에서는 달리기와 제자리뜀뛰기, 바닥에 앉았다 일어서기, 계단 오르기에 대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완전히 보호자에 의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상지기능 부분에서는 물건 높은 선반 위에 올리기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완전히 보호자에게 의지한다고 답변했다.
GNE근육병은 현재 치료제는 없다. 대신 재활치료를 통해 근육감소를 늦출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환우들이 겪은 발병 전후를 통한 경험이나 일상생활에서 느낀 임상적 증상들은 인지도 개선은 물론 조기 진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영은 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그간 GNE근육병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던 질환"이라며 "최근에는 근육병을 전공한 의사들 사이에서 GNE근육병 관심도가 증가했고, 덕분에 진단율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국내 연구진 역시 치료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단계"라며 "GNE근육병 환자가 직접 제공하는 정보는 올바른 이해는 물론 치료제 개발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먼스케이프는 이번 GNE근육병과 같은 인지도 개선 프로젝트를 여러 희귀질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환우들과 심층 건강설문을 진행하며 절차적 어려움이 큰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도 병원연계, 결과지 해석 등으로 접근을 돕는다.
김용현 레어노트 사업총괄은 "희귀질환 극복에 유전적 데이터는 물론 건강설문으로 대표되는 표현형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레어노트는 환우회와 협업해 올바른 데이터 취합을 진행하고 나아가 치료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GNE근육병은 원위성근디스트로피로 질병코드가 분류돼 있지만 질환의 세세한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GNE근육병의 진단과 장애 정도 판별 등을 위해 세분화된 질병코드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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