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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애플과 TSMC 반도체 동맹, 우리는 구경만 할 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8 18:19

수정 2022.12.08 18:19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오른쪽)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마크 리우(오른쪽)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6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강자 대만 TSMC 공장 장비 반입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애플의 팀 쿡, 엔비디아 젠슨 황 등 미국 대표 빅테크, 반도체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팀 쿡은 "TSMC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라는 축사까지 했다. 이 회사의 위상을 제대로 확인시켜준 자리였다고 하겠다.

TSMC가 이날 발표한 투자계획은 미국 정·재계 거물들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 만한 내용이었다.
TSMC는 현지 공장 투자규모를 종전 120억달러의 3배가 넘는 총 4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4나노미터 공정의 1공장은 2024년, 3나노 공정의 2공장은 2026년 완공된다. 두 곳에서 1만명 고용창출, 연간 웨이퍼 60만장 생산이 이뤄진다. 재선 출마에 앞서 업적이 필요한 바이든에게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TSMC의 미국 공장은 바이든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의 상징물로 볼 수 있다. 미국 반도체 자국 생산시스템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점에선 바이든 표현대로 "역사적 순간"이라 할 만하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제조는 못한다. TSMC 애리조나 공장 생산량의 35%는 애플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대만의 반도체 동맹은 더 강고해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이날 "미국의 몰락한 반도체 생태계가 주도적인 위치로 바뀔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삼성에 밀렸던 시장 탈환의 발판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선 TSMC와 경쟁관계다. 삼성이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속도와 공정 수위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반도체 지원과 달리 우리는 기업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4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정부, 정치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은 천문학적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다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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