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경기침체에 새벽 인력시장도 '꽁꽁'…"절반은 기다리다 집에 갑니다"

뉴스1

입력 2022.12.09 15:19

수정 2022.12.09 15:19

9일 오전 6시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경남 김해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 50~60대 남성들이 일용직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12.9. 김명규 기자
9일 오전 6시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경남 김해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 50~60대 남성들이 일용직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12.9. 김명규 기자


9일 오전 7시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인력시장 거리가 한산하다. 2022.12.9. 강정태 기자
9일 오전 7시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인력시장 거리가 한산하다. 2022.12.9. 강정태 기자


(경남=뉴스1) 김명규 강정태 기자 = "일자리 찾으러 일찍 나와도 절반만 일을 얻어요. 나머지는 몇시간 기다리다 집에 가는거죠 뭐…."

9일 오전 5시30분쯤 경남 김해시의 한 인력사무소 앞. 50~60대 남성 10여명이 사무소 안팎을 오가며 서성였다. 모두 일거리를 찾기 위해 새벽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이다.

영상 1~2도의 추운날씨에 믹스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최근 일거리가 줄어 일을 배정받는 순서가 자신에게 언제 돌아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전 5시부터 사무소에 나와 있었다는 김모씨(50대)는 "원래 겨울이 되면 일거리가 줄어드는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며 "일주일에 3~4일정도 일을 구하기 위해 나오는데 하루 정도는 허탕치고 간다"고 말했다.

이들이 하루에 버는 돈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 정도다. 전기나 미장 기술 등이 있는 사람은 25만원까지 받는다. 10%정도의 수수료를 빼고 난 돈이 하루 일당이다.

김씨는 "일을 요청하는 곳에서 콜(연락)이 오면 2명에서 많게는 5명정도가 한차를 타고 현장으로 가서 일을 한다"며 "보통 7시가 넘으면 사무소로 콜이 잘 안오는데 그 시간이 넘으면 집에 가야되는거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해도 아파트나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을 짓는 건설현장 일이 많았는데 최근들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부동산과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대신 가게나 공장의 구조물이나 집기 등을 철거를 하는 일이 늘어났다.

김해의 한 인력사무소장은 "찾아오는 인원은 비슷하지만 지난해보다 일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은 맞다"며 "평일 기준으로 10여명은 일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창원의 인력시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인력사무소 20여개가 몰려있는 창원시 의창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거리에는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인력사무소 절반가량의 불이 꺼져 있었다.

영업을 하고있는 인력사무소마다 20~30여명의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50~60대 남성이었고, 30~40대 외국인들도 간혹 눈에 띄였다.

한 인력사무소에서는 사무실에서 업무지시를 받고 밖으로 나온 팀장급 노동자가 2~3명을 지목해 승합차에 태우고 떠났고 10여분 뒤 또 다른 사람이 노동자 2~3명을 데려갔다. 이렇게 4번 정도 반복하다가 사무소장이 나와 "오늘 일이 없다"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다른 사무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7시 동이 트기 시작하자 대부분 인력사무소가 문을 닫았고 일당을 벌기 위해 모였던 노동자 중 절반가량이 돌아갔다.

창원의 한 인력사무소장은 "올해 원자잿값 인상에 건설경기가 힘들어 안그래도 일이 많이 줄었는데 최근에는 화물연대 파업까지 일어나면서 더 줄었다"며 "30명 정도 나오면 절반 정도가 일을 나가는데, 나와봤자 일거리가 없으니 일을 찾으러 나오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이 안돌아가니 인부도, 목수도, 철거도 일을 못 나가고 있다. 다른 사무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최근 몇 년 중에 올해가 가장 일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으로 발길을 되돌리던 50대 일용직 노동자는 "지난달에는 경기가 안 좋아도 한달에 10일 정도는 일을 나갔는데 화물연대 파업 후로는 2주일 동안 3일 나갔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보니 매일 나오긴 하는데 일이 없다보니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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