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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축통화 지위 나눠 갖기, 中 국내·외 시도 가속화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1 13:00

수정 2022.12.11 13:00

- 시진핑, 걸프지역 정상들에게 "석유·가스 수입 대금 위안화로 결제"
- 디지털 위안화 국내 정착에 속도, 일대일로 국가 디지털 일체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걸프지역 정상들에게 석유·가스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내에선 세금 납부 등 정부 업무부터 배달 쿠폰 등 소비분야까지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 국제 지급 결제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나눠 갖기 위한 중국의 안팎에 대한 시도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1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석유·가스 무역에 대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석유 대금에 대한 달러 결제, 즉 페트로 달러 체제는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현재까지 세계경제에 적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석유가 달러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수입국들은 항상 거액의 달러를 비축해야 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배경이다.

따라서 ‘석유·가스 대금 위안화’는 이런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장이다.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오직 달러만 받고 수출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가 확정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여기다 걸프협력회의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6개국 참여하는 지역협력기구이므로 영향력도 크다. 다른 산유국들이 사우디나 걸프협력회의의 뒤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위안화 결제가 성사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달러 결제 대체 수단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양국은 현재 석유 증산 등을 놓고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

또 사우디는 리알화에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덜 안정적인 위안화로 원유를 팔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전망에도 리스크 요인이다. 미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도 큰 부담이다.

중국은 이와 별도로 자국 내에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금 대출 공제, 세금 납부,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업무에 디지털 위안화가 적용되고 있으며 배달 쿠폰, 지하철 승차권 할인, 소비 쿠폰 등에도 활용된다.

디지털 위안화 운영 은행은 10곳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은행은 하이난성 최초로 4300만 위안 규모의 대출을 디지털 위안화로 지난 9일 발행했다. 칭다오 한 지역은 아예 거리 이름을 ‘디지털 위안화’로 정했다.

자국 내 장악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다음 수순은 국외 확장이다.
중국 디지털 화폐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중앙은행 다자 디지털 통화 가교’에 가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결제를 공식 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뒷받침하는 분산 원장 기술을 활용, 외환을 실시간으로 역외 거래하는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쑨자오둥 중국건설은행연구원 교육과정설계관리센터 주임은 중국 매체 중신징웨이에 “2023년은 디지털 위안화가 국내·국제적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며 “산업·공급·정보·자본·신용 사슬을 취합해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가 경제의 디지털 일체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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