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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윤선이야…원심력서 구심력으로

뉴시스

입력 2022.12.11 15:18

수정 2022.12.11 15:18

기사내용 요약
14일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국내서 월드투어 '웨이킹 월드' 피날레
백발 탈색 머리·빨간테 안경 등 스타일 확 변해
"이제 안 되는 게 어딨어"라는 생각 들어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번 팬데믹 시기에 한 번 더 깨달았다. 재즈 보컬 나윤선이라는 '음악 백신' 덕에 힘겨운 시기가 괜찮을 수 있었다는 걸.

'월드 클래스' 나윤선이 정규 11집 '웨이킹 월드(Waking World)' 월드투어를 한국에서 마무리한다. 한국 뮤지션이지만 해외 공연이 많은 대표적인 한류스타라, 그녀의 한국공연은 내한공연이 된다. 오는 14일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하는 한국투어로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한다.

올해 1월 워너뮤직그룹(WMG)을 통해 전 세계에 발매한 정규 11집 '웨이킹 월드'는 어쩔 줄 몰라하던 사람들의 삶에 위로를 안겼다. 이후 나윤선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55회 공연 모두를 매진시키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와 단절, 그리고 고립의 기간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치유를 전해왔다. 특히 이번 음반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립된 나윤선이 스스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하며 싱어송라이터로 각인된 작품이라 의미가 더 컸다.

최근 마포구에서 만난 나윤선은 그런 과정에서 자신 안을 더 들여다보게 됐다고 했다.
이전엔 원심력의 에너지를 갖고 더 넓은 경계를 아우르려고 했다면, 올해엔 구심력의 에너지로 불가항력적인 것에 순응하는 응집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문학적인 감성을 가지고 내면에 집중하는 일은 그런데 또 다른 방식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는 길이었다.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기도 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잔혹하고 불가피한 나날 속에서 원망과 자책의 결함을 떠안는 대신 완벽할 수 없는 세상에 더 이상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긍정의 미학을 나윤선에게서 봤다.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생전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백발로 탈색하고 역시 처음으로 빨간 테의 안경을 끼게 된 나윤선은 "이제 안 되는 게 어딨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싱긋 웃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헤어 스타일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스타일이에요. 프랑스에서 미용을 하는 한국 친구가 있는데 대단한 친구거든요. 제가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디어가 있다면서 이렇게 스타일을 바꿔놓은 거예요. '바꾸려면 확 바꿔야 한다'는 거죠. 아직도 거울을 보다 저 아닌 거 같아서 깜짝 깜짝 놀라요. 그런데 스타일이 바뀌니까 태도가 바뀌더라고요. 예전 나윤선이라면 '이건 안 돼'라고 생각했던 것이 '안 되는 게 어딨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하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든 음반 '웨이킹 월드'의 키워드 중 하나가 '용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딱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입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올해 투어 역시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그 만큼 쉽지 않았을 거 같고요.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예전 투어와 비교하면 별의별 일들이 정말 다 있었죠. 비행기나 기차 운행 횟수가 훨씬 줄었어요.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줄고요. 전 짐을 잃어버리는 상황도 부지기수였고, 한달 만에 짐을 찾는 경우도 있었어요. 비행기가 뜬다고 했다가 안 떠서 기차 등으로 이동수단을 여러 번 바뀌기도 했죠. 공연이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다가 갑자기 생기기고 하고, 함께 하기로 했던 뮤지션들이 공연을 코 앞에 두고 코로나에 걸려 바꾸기도 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유럽 상황은 더 안 좋잖아요.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옛날보다 '그래 괜찮아'라는 생각이 좀 많아졌어요. '마음 공부'를 여전히 더 해야 하지만, 예전에 스스로에게 정말 엄격했는데 그런 게 줄어들었어요. 그럼에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기적 같이 감사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무대에 더 집중을 하게 됐죠."

-예술가분들은 스스로에 대한 예술적 기준이 있어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 무대에 올라도 불안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 불안하지는 않으셨어요?

"특히 제가 만든 음반을 날 것으로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죠. 그런데 오랜만에 즐기는 무대니까 저희도 그렇고 관객분들도 그렇고 약간은 업이 된 상태였어요. 여전히 마스크를 쓴 객석이 있고 이동이 힘든 상태에서 무대에 섰지만 옛날부터 집중도가 더 높았죠. 이 무대를 소중히 여기는 관객과 이심전심이었던 거죠. 마스크를 쓰니 눈만 보였는데도 즐거움, 행복함, 아련함 등이 더 잘 보였어요.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돌리면서도 저를 꽉 안아주는 팬들도 계셨고…. 정말 감사하고 뭉클했어요."

-관객분들의 마음이 뭔지 알 거 같아요. 지난 10월 초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두 번째 날에 갔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즐기면서 있더라고요. 얼마나 무대, 공연을 기다려왔는지 그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서울=뉴시스] 나윤선이 지난 4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에 UN 총회의장에서 그래미상 수상자인 존 비즐리(피아노), 린다메이 한 오(베이스), 테리 린 캐링턴(드럼)과 함께한 '할렐루야(Hallelujah)'를 부르는 모습. 2022.12.11. (사진 = 나윤선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윤선이 지난 4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에 UN 총회의장에서 그래미상 수상자인 존 비즐리(피아노), 린다메이 한 오(베이스), 테리 린 캐링턴(드럼)과 함께한 '할렐루야(Hallelujah)'를 부르는 모습. 2022.12.11. (사진 = 나윤선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자라섬에서 공연한 프랑스 뮤지션 친구들이 '너무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사진도 보내주고요. 저도 올해 다른 분들의 공연을 많이 봤어요. 관객분들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마음도 뭉클하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4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 재즈의 날(International Jazz Day)에 UN 총회의장에서 그래미상 수상자인 존 비즐리(피아노), 린다메이 한 오(베이스), 테리 린 캐링턴(드럼)과 함께한 '할렐루야(Hallelujah)'가 전 세계에 중계돼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허비 행콕을 포함한 모든 출연자가 함께 한 마지막 곡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에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는데요.

"UN 총회의장엔 처음 가봤어요. TV에서만 보던 곳에서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나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전통을 이어가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죠. 한국어로 노래한 건 주최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신 거였어요. 한국말로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고 했죠. 그래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어요.(잘 알려졌다시피 나윤선의 부친은 국립합창단을 창단한 나영수 지휘자다. 모친은 한국 최초 뮤지컬 악단인 예그린 배우 출신 성악가 김미정 여사다.
) 합창을 오래 지휘하시면서 외국곡을 한국말로 번안도 많이 하셨거든요. 어떻게 하면 서양의 곡들을 부자연스럽지 않게 한국말로 부를 수 있을까 고민을 해오셨고 그 만큼 번안도 잘해오셨어요. 1970년대에 사전만 놓고 라틴어, 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노래를 다 번안하셨죠. '이매진'을 제가 번역할 수 있지만 좀 더 우리말로 부자연스럽지 않게 부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아버지에게 연락 드린 이유예요. 예를 들어 노래에 부를 때 조사에 액센트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 방법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이번에도 국내 공연을 하시면서 '아리랑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 기념행사', '2022 진주 국제 재즈 페스티벌', 부산 '2022 윈터 재즈페스티벌'에도 함께 하셨는데요. 빠듯한 스케줄에도 매번 국내 여러 페스티벌에 힘껏 참여하시는 게 대단하세요.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나윤선. 2022.12.11. (사진 = 엔플러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저를 불러주시면 언제든 감사하게 무대에 올라야 하죠. 처음 재즈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 음악은 직접 듣지 않으면 가까이 할 수 없는 음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재즈를 늦게 시작했으니까, 처음엔 음반만 듣고 글로만 공부를 했죠. 그러다 처음 공연을 보러 간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특히 키스 자렛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재즈 공연은 음반이랑 다르다는 걸 직접 겪은 거죠. 제 공연으로 처음 재즈를 접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 저 역시 감동을 드리려면 많이 다녀야죠.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재즈는 감동이 덜할 수 있어요."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을 통과하시면서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저 스스로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할까요. 옛날엔 남이 좋다고 하는 것에 좀 더 신경을 썼어요. 제가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냐 보다는 이 음악이 다른 분들에게 어떻게 들려질까에 대해 더 신경을 쓴 거죠. 그런데 지금은 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이런 것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들도 본인들의 음악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이번에 인생을 바꾸려는 뮤지션들도 있어요. '당분간 음악을 안 하고 쉴 거야' 또는 '외부 활동보다 내 음악을 할래'라고 생각하는 뮤지션들이 늘었죠. 세상살이에 변수가 많으니까 본인들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거예요. 저 역시 이번 기회에 그렇게 됐고요."

-윤선 씨는 자신에 대해 뭘 더 알게 됐나요?

"'나쁘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전히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하는 건 지금도 맞아요. 다만 '하고 싶은 게 많고 호기심이 많아서야'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과거엔 밖으로 나가는 생각(원심력)이 더 많았다면, 이제 안으로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구심력)하게 된 거예요. '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내가 좋아하니까 이렇게 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결국 동시에 책임감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기분 좋은 책임감이에요. 좋아서 한 거니 결과를 떠나 받아들이는 것도 더 긍정적으로 된 거 같아요. '하고 싶어서 했잖아. 괜찮아'가 된 거죠. 그렇게 자존감이 생긴 거 같아요. 물론 사람은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보려고 해요. 결국 안 되는 건 그렇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만 생각하며 오늘을 더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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