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 처리로 정국 급랭
예산안엔 양보와 협력 기대
예산안엔 양보와 협력 기대
이태원 압사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이라는 이번 해임 건의안은 이유를 떠나 정치공세에 가깝다. 야당은 선예산안 처리, 후국정조사라는 당초 합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이 장관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후속조치다. 셀프조사이기는 하지만 경찰이 사고 관련자들을 수사 중이고, 국회도 국정조사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국정조사는 사고의 원인과 과정을 상세히 규명하자는 취지다. 장관이든 누구든 책임은 져야 하지만, 문책은 그다음의 절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절차를 뒤집고 해임 건의안을 가결해 책임을 먼저 물은 것은 본말 전도의 비상식적 행태다. 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건의안 통과 직후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혀 국정조사 자체가 무산되게 생겼다.
협치와 타협의 포기를 불사한 야당의 건의안 가결은 아무리 부인해도 이재명 대표의 측근 수사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대장동 사건 수사의 화살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야당으로선 정치적 반격을 위한 좋은 소재였다.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치공세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처리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들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이 바뀐 마당에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전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수호를 고집하고 있다. 민생예산 우선이라는 말은 듣기야 좋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것도 있고, 포퓰리즘적 성격의 예산도 다수다.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지역화폐, 쌀값 안정, 노인 부부 합산 기초연금 감액 폐지 등의 항목들이다.
해임 건의안을 끝까지 밀어붙인 민주당이 예산안에서는 정부·여당에 얼마나 양보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뒤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된 예산안이다. 이처럼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대치한 것은 근래 드문 일이다. 야당은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생각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무작정 발목 잡기로 일관해선 안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 새로운 국정 방향에 따른 정책을 펴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여소야대의 국회라고 하지만 '정부 따로, 국회 따로'의 예산으로는 국정 운영에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국민의 뜻으로 원자력 생태계 회복을 결정했는데 원전 예산을 삭감한 것이 그예다. 야당은 더 이상 생떼를 쓰지 말고 예산안 처리에 협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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