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한 40대 남성이 혼자 사는 30대 여성의 집에 열쇠공을 불러 문을 뜯고 침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이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방에서 꼬박 하루를 지낸 남성은 자신이 노숙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여성은 2차 피해를 우려하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연제구에 혼자 사는 30대 여성 A씨가 "지금도 손이 떨린다"며 지난달 발생한 사건에 대해 전했다.
A씨는 지난달 닷새간의 여행을 마치고 18일 오전 10시께 집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A씨는 문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던 찰나 도어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어락에 비닐이 붙어있었고 새것으로 교체된 상태였던 것.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지문감식반, 열쇠수리공 등이 애쓴 끝에 강제 개문까지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집에 들어간 A씨는 자지러지는 줄 알았다. 일면식도 없는 웬 남성이 A씨의 침대에서 자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남성은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됐다.
남성은 경찰에 자신은 노숙자인데 "지인이 A씨의 집을 알려주며 아는 사람 집이라고 들어가서 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남성은 체포 전날 먼저 관리시무실에 가서 "집주인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거절당하자 열쇠수리공을 불러 35만원을 내고 도어락을 교체, 17일부터 18일까지 A씨의 집에서 하루를 지냈다. 남성은 A씨의 택배도 집안으로 가져다 놨으며 온갖 음식을 먹다 남겨뒀다.
A씨는 "생활 공간이 공포의 공간이 돼버렸다. 불안감으로 사건 당일 바로 집을 내놓고 보증금을 받기도 전에 11월30일 급하게 이사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답답한 부분은 범인이 자택에 침입하도록 교사한 자가 누구인지, 범죄 동기가 무엇인지 명확히 진술하지 않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침입 당시 제가 집 안에 있었거나 범인이 침입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귀가해 마주쳤을 경우, 우발적으로 폭행이나 그 이상의 행동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A씨는 사건 이후 수면장애와 탈모, 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단순 주거침입이라고 하기에는 계획적이라고 느껴진다.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인데 어떻게 제가 집을 비운 사실을 알았으며 노숙자가 35만원씩이나 주고 남의 집 도어락을 바꿨겠냐"며 범인의 진술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A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열쇠수리공을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범인의 신분증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그 어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열쇠수리공은 "당연히 그 집 사람인 줄 알았다"며 "법대로 하라"는 뻔뻔한 태도를 취했다.
A씨는 "경찰에게 '열쇠수리공은 형사처벌이 어렵고 민사로 해결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답답함을 표했고, "열쇠공에게 보상받을 생각 없고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답답한 A씨는 지인 소개로 한 법무사를 찾기도 했지만 "정신병자한테 잘못 걸렸다 생각하고 잊어버려라. 변호사를 선임해도 돈 들인 것만큼 보상받을 수도 없고 실망만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이번 달 15일이 재판"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될까 봐 두렵다. 조회해 보니 범인은 변호사까지 있더라"며 기가 찬다고 했다.
A씨는 "범인의 보복과 그 사람이 말하는 지인이 존재한다면 그 지인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너무 두렵다. 열쇠집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에도 억울하고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하며 범인과 열쇠공이 타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뉴스1 확인 결과 A씨의 글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 대해 부산연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40대 남성 B씨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주거지가 따로 없으며 가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성폭행 등 추가적인 범죄 시도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후 수사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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