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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대 정권 흐지부지 노동개혁 윤 정부는 완수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2 18:09

수정 2022.12.12 18:09

화물연대 파업 정공법처럼
임기중 저항 딛고 개혁해야
그래픽=뉴스1
그래픽=뉴스1
화물연대의 파업에 원칙 대응으로 맞서 힘을 얻은 정부가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지난 7월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발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의미 있는 첫발을 뗐다. 미래연 권고의 핵심은 주52시간 근무와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 개편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화두도 던졌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제는 기업들에는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줄어 정해진 시간에 일감을 처리할 수 없고 노동자들은 수입이 감소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았다. 권고안은 1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 해결책을 도모했다.

또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많은 월급을 받는 호봉제를 개혁해 직무와 역할, 성과,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을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미래연은 이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정년연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연의 권고안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간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의미다. 노동개혁은 역대 정권들마다 역점을 두었던 개혁과제의 하나였지만 요란만 떨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때마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주68시간제에서 우여곡절 끝에 변경된 주52시간제 또한 현실과 괴리된 면이 많아 기업주들의 개선요구가 빗발쳤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을 연금·교육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으며 임기 중 실현을 공언해 왔다. 개혁은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인데 노동개혁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번 권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 노동개혁의 근간으로 삼아 내년부터 입법에 반영하며 개혁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벌써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5개월 동안 현장을 방문하고 여론을 수렴해서 만든 만큼 노동계도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합리성을 갖췄다고 본다. 어떤 일이든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에 물러서지 않고 대처해 국민의 지지를 얻은 정부로서는 지금이 놓칠 수 없는 호기다. 호봉제와 근로시간 개선 등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지만 끈질긴 설득으로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50년 후면 한국의 경제 규모가 필리핀에 뒤질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지적은 정년연장의 충분한 논거가 될 수 있다.

노동개혁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낼 수 없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벗어나 경제강국의 위상을 되찾은 것은 독일의 노동개혁 '하르츠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르츠 개혁을 주도한 독일 사민당은 개혁에 대한 반발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부메랑을 맞았지만 개혁의 성과는 인정받고 있다.
이제 윤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줄 것은 강력한 리더십과 조정능력,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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