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에 수요까지 줄어
수억 보증금 마련 '부담 가중'
특약 내걸어 세입자 붙잡아도 계약해지 막을법 없어 발동동
극심한 주택 거래절벽으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집주인들이 골머리 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억 보증금 마련 '부담 가중'
특약 내걸어 세입자 붙잡아도 계약해지 막을법 없어 발동동
12일 경기도 일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낮아진 전셋값에 당장 목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매달 월세를 주고 더 살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런 전셋값 하락에 수 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게 부담스런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모시기' 위한 방편으로 특약을 걸어 월세를 지급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세입자로 살고 있는 B씨는 "아이들 학교 문제 등으로 새로 이사를 가는 것도 부담이고 그렇다고 시세가 낮아져 갱신 시 그대로 가격을 이어가는 것도 손해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이 당장 목돈을 마련할 수 없으니 월세개념으로 매달 50만원을 준다고 해 특약으로 넣고 계약을 갱신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는 "보통 1억가량 전셋값이 떨어지면 월 40만원, 1억5000만원 정도 내렸다면 50만원 정도 집주인들이 월세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더 저렴한 조건의 매물을 찾아 갑작스런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일산 아파트를 보유한 한 집주인은 "세입자를 새로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계약 연장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가겠다고 해 보증금 수 억원을 3개월 내 마련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갱신 계약을 했을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단 걸 이번에 알게됐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갱신된 임대차의 해지에 있어서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그 효력은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하도록 규정돼 있다.
내년에도 전셋값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당분간 집주인들의 고민도 지속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 시대엔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힘든 상황"이라며 "집값이 하락했는데 대출이자는 오른 영끌 집주인들과 전세 대출을 받는 세입자들을 모두 고려한 방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65.1로 지난주 66.8에 비해 1.6p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75.0에서 73.9로 1.1p 하락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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