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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도체 혹한에 14년만의 500억달러 무역적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3 18:04

수정 2022.12.13 18:04

불황에 주력품목 수출부진
반도체특별법 조속 통과를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세계 6위로 올라섰지만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세계 6위로 올라섰지만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뉴시스
올해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까지의 최대 적자인 1996년 206억2400만달러의 2.3배나 되는 규모다.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만 49억2300만달러 적자를 내 현재 474억6400만달러까지 적자가 쌓였다.

무역적자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생적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 수입(1804억1000만달러)이 지난해보다 72.7%나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다.
문제는 수출 감소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세계를 덮친 불황의 여파로 4개월 연속 줄었다. 내수부진까지 더해 4·4분기에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7조원 안팎으로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SK하이닉스는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고 한다.

전쟁과 불황으로 우리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크다. 에너지를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절약 외에는 사실상 수입 규모를 줄일 방법은 없다. 그러나 수출에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경쟁력 강화, 수출품목 발굴, 수출처 다변화 등으로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은다면 힘든 상황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대규모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올해 6800억달러 수출로 세계 6위 수출대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다른 나라들이 더 못했던 탓이 더 클 것이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년에는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더 큰 무역적자를 볼 수도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공고한 민관 협력으로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질적·양적 투자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각국이 반도체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수출과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대만의 TSMC는 불황 속에도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누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국에 우리 정치권은 어떤가. 반도체 시설 투자에 최대 3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넉달째 붙들고 있다. 진영논리에 빠지더라도 국익을 위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건만 양보를 모르는 대치만 이어가고 있다.

정부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4대 수출산업으로 제시한 원전, 방산, 인프라 건설, K-콘텐츠의 세부 수출전략을 세우고 무역금융, 마케팅 등 수출기업 지원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덧붙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아세안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 등 지구촌 어디라도 달려가 수출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그러잖고는 내년에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무역적자와 맞닥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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