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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적산가옥에서 '한복 홍보 영상'... 서경덕 "정말 답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5 04:24

수정 2022.12.15 14:50

부산시가 '한복 품은 부산'을 알리겠다며 내보낸 홍보 영상물. 부산시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일본식 적산가옥인 옛 정란각에서 촬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다미 바닥, 일본식 여닫이 문 등 한눈에 일본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NS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부산시가 '한복 품은 부산'을 알리겠다며 내보낸 홍보 영상물. 부산시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일본식 적산가옥인 옛 정란각에서 촬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다미 바닥, 일본식 여닫이 문 등 한눈에 일본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SNS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부산광역시가 한복문화 거점도시로 발돋움하겠다며 제작한 홍보 영상이 일본식 적산가옥(일본양식의 집으로 해방후 정부에 귀속됐다가 일반에 넘어간 집)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영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뒤늦게 부산시는 영상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2030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인 부산은 세계에 관광도시 부산을 알리는 한편 부산을 한복문화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며 지난해부터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와 함께 '한복 품은 부산' 행사를 진행해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홍보 영상도 '한국 품은 부산' 행사 소개물 중 하나로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동구 수정동의 '문화공감수정'에서 촬영, 제작됐다.

그런데 이 '문화공감수정'은 일본식 가옥으로 해방 이후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릿집(요정)으로 쓰였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하필 한복을 홍보하는 영상을 이곳에서 촬영한 이유가 뭔가, 참 답답할 노릇이다"라며 적었다.

서경덕 교수는 "안 그래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하고 있고 중국 대표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도 한복을 '중국 문화(China Culture)'로 소개해 큰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며 "이처럼 중국은 한복을 자신의 전통문화로 편입시키려는 '한복공정'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데 이런 어이없는 상황은 중국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서 교수는 "우리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력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며 "아무튼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리 문화를 알리려면 하나하나 따져 트집 잡힐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논란이 계속되자 부산시는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서 삭제했다.
영상을 만든 주최 측은 "재편집된 영상을 다시 공개할지 여부는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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