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변기 물을 내릴 때 사방으로 튀는 비말의 양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함을 보여주는 실험 영상이 공개됐다.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공학 연구팀은 녹색 레이저를 활용, 변기 물을 내릴 때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을 시각화해 속도와 확산 범위 등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8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변기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 나와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연구다.
연구팀은 북미지역의 공중화장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 형 변기를 실험 대상으로 했다.
두 대의 레이저로 변기 위를 조사해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속도와 방향 등을 측정한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만에 최대 1.5m 높이에 도달했다. 특히 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는 공중에 수 분간 떠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실험에는 대변이나 휴지 등의 변수는 적용되지 않았다. 오로지 물만 내렸을 때 비말이 얼마나 퍼지는지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실제 공중화장실 환경에서는 비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변기 물을 내릴 때 비말이 튀어 나와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균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60여년 전에 확인됐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화장실 변기가 배설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런 목적과는 정반대로 많은 내용물을 밖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공중화장실에서 병원균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할 방안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가 담긴 비디오를 본 후에는 변기 물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균 감염 경로로 알려진 에어로졸을 생생하게 시각화해 질병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라는 설명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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