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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반쪽짜리 K칩스법, 반도체 1위 수성 꿈 멀어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5 19:04

수정 2022.12.15 19:04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놓고 여야와 정부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뉴스1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놓고 여야와 정부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뉴스1
세계 각국이 반도체 육성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사이 우리의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국회에서 넉 달째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커졌다. 반도체특별법은 첨단산업특별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안 투트랙으로 나뉘어 여야가 협의한 끝에 첨단산업특별법안은 합의에 이르렀지만, 조세특례제한법을 놓고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다.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인허가 기간 단축,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등 주요 내용은 의견의 일치를 본 상태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는 무산됐다. 민주당이 지역균형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세특례제한법안이다. 설비투자 세액공제 폭을 두고 여야와 정부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안은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6%→20%, 중견기업 8%→25%, 중소기업 16%→30%로 올리자는 것이다.

야당안은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로 대기업의 세액공제 인상 폭이 작다. 여야 간의 차이보다는 공제율을 8%로 못 박은 정부안과의 간극이 큰 것은 아이러니다. 내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원이나 감소한다는 이유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부르짖고 있는 정부가 법안의 발목을 잡는 주체라니 이율배반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많게는 25%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는 미국이나 대만은 예산이 남아돌아 특혜에 가까운 지원책을 제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과도 같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자국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세수 감소를 무릅쓰고 파격적인 혜택을 베푸는 것이다.

경쟁국들의 반도체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에 맞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18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은 일본, 대만과 동맹과도 같은 협력관계를 맺고 똘똘 뭉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끼지도 못했다. 시쳇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우리 국회와 정부는 말로만 외칠 뿐 어디서도 긴박감, 위기감을 느낄 수 없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도 야당은 '부자 감세'라는 막무가내식 주장으로 일관하며 자체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옹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러고서야 한국이 경쟁상대들을 뿌리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는 난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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