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16일 북한과 일본에서 두 가지 군사적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과 일본 각의가 유사시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하고,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의 ‘3대 안보 문서’를 결정(의결)했다는 소식이다.
북한이 시험에 성공했다는 로켓에 주목하는 이유는 큰 출력과 연료가 고체라는 점 때문이다. 로켓의 추력이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이라는데 사실이라면 추력이 160tf인 ICBM 화성-17형 1단 엔진과 맞먹는다. 화성-17형 1단 엔진은 80tf 두 개를 붙인 것이지만, 이날 공개한 엔진은 1개로 140tf를 낸다. 그것도 고체 연료를 쓴다. 미국의 대표적 고체 연료 ICBM인 ′미니트맨-3′(80tf)의 1.7배나 될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와 달리 연료 주입이 필요 없어 발사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은밀성과 기동력이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에 성공한 엔진 추력으로 1만㎞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본토에 닿는 거리다. 한반도는 물론 미국에도 큰 위협이다. 북한이 고체 엔진으로 교체하는 것은 한미의 정찰·탐지를 배제하고 한국의 킬체인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미 예고된 것이지만 일본은 대응이라고 하듯 이날 ‘3대 안보 문서’를 각의 결정(국무회의 의결)했다. 그중에서도 적의 미사일 기지 타격을 상정한 ′반격 능력′ 보유 명시는 일본 안보정책의 큰 전환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헌법에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등을 포함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를 규정하고 있다. 반격 능력 보유는 헌법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5년 뒤인 2027년에는 방위 예산을 GDP의 2%로 늘리기로 했는데 이는 0.97%인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증액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의 지배를 받은 아픈 역사가 있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일본의 무력 강화를 결코 환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우려의 눈길로 보면서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은 북한의 위협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은 공동보조를 취하고 협력하는 게 맞는다. 일본은 이번 문서 의결이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의 첫째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을 ′국제사회의 우려′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북한은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 유지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새로이 안보 과제로 넣었다.
군사적으로 우리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는 정도지만 특히 한반도와 관련한 일본의 중대 조치 때 한국과 협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이 우리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군사적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미국으로부터도 사전에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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