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사기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경찰 간부들이 뇌물을 받았다며 허위 제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무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사기죄로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경찰 간부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허위 제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한 차례 사기죄로 실형을 받고 석방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구속수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었다.
A씨가 경찰서장, 수사과장 등에 대해 한 허위 제보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A씨는 "한 사업체 대표가 평소 관리해 오던 B 경찰서장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해 B 경찰서장 친척 은행 계좌로 2700만원을 이체했다", "내가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업체 대표에게 연락한 후 석방됐고, 일직집에서 변호사가 경찰서장에게 3000만원을 건네는 모습을 촬영했다"는 식이었다.
돈을 건넨 식당 이름이나 변호사가 타고 있던 차량 종류까지 언급했다. A씨가 한 제보에는 1000만원이 넘는 명품 팔찌를 퀵서비스로 전달했다거나, 수천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지갑 주소로 송금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돈을 보낸 계좌라며 도박사이트 충전 계좌를 대거나,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트북을 증거자료라고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뒤늦게나마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무고 사실이 비교적 수사 초기 단계에 발각돼 피무고자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무고죄는 피무고자에게 부당한 처벌을 받게 할 위험이 있으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A씨의 일부 범행의 경우 무고 대상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규정하는 범죄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에게 또 다른 실형 전과가 있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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