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조사 대상을 청와대 윗선까지 확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통계청 내부에선 불편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의 조사 대상 확대는 결국 '검찰 수사 의뢰'로 향하는 수순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19일 통계청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도 조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감사원은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후임자인 강신욱 전 청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표 전 수석은 문 정부 시절 3대 경제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만일 감사원 조사 대상이 홍 전 수석까지 확대되면 감사원은 문 정부의 가장 윗선으로 바짝 다가서는 셈이다.
여당에선 이번 의혹 조사 대상을 청와대 최고위 관계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국가통계 조작 의혹은 문 정부 임기 2년차인 2018년 통계청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국가 통계를 '마사지' 했다는 의혹이다. 동시에 청와대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통계청장을 입맛에 맞게 갈아끼웠다는 '통계청장 코드 인사' 의혹도 포함된다.
구체적으론 2018년 초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소득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황 전 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에 강 전 청장으로 교체됐다는 의혹이 있다. 강 전 청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비판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사실로 인해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다만 통계청 내부에선 국가 통계 수치 자체를 조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통계 숫자를 특정 목표에 맞추려면 직원들이 다수 투입돼야 하는데, 이는 국가 기관에서 결코 불가능한 처사라는 항변이다.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표본 설정 등 통계 작성 방식인데, 이는 통계를 바라보는 시각 차에 기반하는 면이 크다고 직원들은 설명한다.
과거 강 전 청장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유사한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강 전 청장은 "통계청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통계 숫자를 발표한다는 지적에 전혀 동감할 수 없다"면서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시계열 단절에 의한 오류를 없애기 위해 저희로선 최선을 다해 시계열 연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최근의 감사 대상 확대가 검찰 수사 의뢰로 가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불편한 심정도 토로한다. 이달 들어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감사 정보가 언론에 계속 유출되는데, 결국은 검찰 수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 조사와 관련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윗선'에 대한 조사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감사원 결과를 보니 통계조작이 우리가 예상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는, 범죄행위가 개입됐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통계 조작의 정도와 범위를 볼 때 단순히 통계청장 개인의 곡학아세나 출세욕으로만 볼 수 없고 훨씬 더 범위를 넘는 범정부 묵인이나 조작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며 "지난 정권 통계조작의 전모를 파헤쳐서 불법이 있다면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행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통계 왜곡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지시 없이 할 수가 없다"며 "(감사원 조사 대상이) 적어도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진 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속였거나, 또는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향후 감사원이 통계 조작 의혹 관련자들에게 통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거나 황 전 청장의 교체에 연루된 이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묶어 검찰에 수사 요청할 경우 정치적 파문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