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배하는 내년 소비트렌드 짠테크와 작은 사치의 '공존 '
생존소비 생필품은 유통기한 직전에… 반값·쿠폰 찾아 '알뜰 구매'
취향저격 술은 취향껏 위스키… 미술관 등 취미생활로 '작은 사치'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소비 트렌드는 '불황'이 지배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던 적은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등을 제외하고는 없다.
생존소비 생필품은 유통기한 직전에… 반값·쿠폰 찾아 '알뜰 구매'
취향저격 술은 취향껏 위스키… 미술관 등 취미생활로 '작은 사치'
이에 따라 내년 소비 트렌드는 불황기 소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카드는 내년 소비 키워드로 짠테크 소비, 취향소비 등이 담긴 '공존(co-EXIST)'을 제시했다. 생필품은 유통기한 임박몰 식품몰에서 살 만큼 극도의 가성비를 따지지만 미술관이나 프리미엄 주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취향소비'가 공존하는 것이다.
■불황에 '현명한 소비' 트렌드 강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공존의 세부 키워드로 '소비 디톡스의 시대' '밀도 있는 취향 탐구' '하이브리드 라이프' '건강 스펙 시대' '컬러풀 소사이어티'를 내세웠다.
'소비 디톡스의 시대'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생활 모습을 의미한다. 신한카드 고객의 올해 1~9월 유통기한 임박 식품몰 이용 현황을 분석해보니 전년동기 대비 이용 건수는 22%, 이용 금액은 10% 증가했다.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 이용 건수는 올해 3·4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83%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1~9월의 소셜데이터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소비 디톡스와 관련된 단어인 '반값'의 언급은 12%, '앱테크'는 46%, '무지출챌린지'는 무려 86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체리슈머'를 10대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체리슈머는 극한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를 뜻하는 말이다. 내년에는 이런 현상이 한층 강화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소비자인 체리슈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은 사치 위해 돈 아끼지 않는 2030
생존을 위한 소비에는 가성비를 따지지만 '작은 사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 또한 불황기 소비의 특징이다. '밀도 있는 취향 탐구'는 관심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미술관의 경우 2030세대의 이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희소성 있는 주류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주류 특화 플랫폼도 이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9월 미술관·화랑 이용액이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했다. 2030세대는 55%, 그 이외 연령대는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기간에 주류 특화 플랫폼 이용액은 457%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라이프'는 인간과 기계가 조화를 이루는 삶으로, 신한카드 고객의 올해 1~9월 무인 매장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대비 48% 늘었다. '건강 스펙 시대'는 건강이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서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스펙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컬러풀 소사이어티'는 개개인의 특성을 다채로운 컬러로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한카드가 SN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과 비교해 9월의 '먹방' 언급량은 34% 줄었으나 적게 먹는 '소식좌' 언급량은 4766%나 급증했다. 또한, '돌싱' 관련 단어 중, 긍정 감성어 비중은 2019년 3·4분기 누적 45.9%에서 2022년 동 기간 62.3% 로 16.4%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