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통계 마사지' 의혹은 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인 황수경 전 청장이 소득주도성장 이후 되레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뒤 2018년 8월 갑작스럽게 경질됐을 때 제기됐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후임에 임명된 이후 표본 수, 조사기법 등이 바뀌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됐다. 황 청장은 이임식 때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을 남겼고, 최근 감사원 조사에서 "외부 압박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부동산 통계와 일자리 통계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초로 "3년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52%에 달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엉터리 통계숫자로 부동산 정책실패를 가리려 했을 개연성이 있다.
최근 정부는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의 재정운용에 관한 투명성 확보에 나섰다. 노동조합법상 외부에서 노조 재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근거 또는 규정이 없어 '깜깜이' 회계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1년에 두 차례 회계감사를 자체로 진행하고 조합원에게 발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금융감독원도 자본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해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감독 강화방침을 발표했다.
만일 정부가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 왜곡을 지시했다면 이는 기업이 재무 현황 등을 좋게 보이려고 분식회계를 자행해 주주와 투자자들을 속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국민이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업의 회계분식이 중대범죄이듯 정부의 통계 왜곡이나 조작은 더 중한 범죄행위이다. 나라를 망친다. 2011년 재정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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