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일시적 개입'展
팬데믹 이후 로컬 중심 예술가에 집중
고향 거제도에서 활동하는 김은주 작가
"인문·미학적 시선에서 조선산업 기록"
장애의 벽 허무는 활동하는 다이애나랩
손글씨·점자로 소수자들 목소리 표현
타지인 치유 돕는 '붉은 비누2' 전시도
팬데믹 이후 로컬 중심 예술가에 집중
고향 거제도에서 활동하는 김은주 작가
"인문·미학적 시선에서 조선산업 기록"
장애의 벽 허무는 활동하는 다이애나랩
손글씨·점자로 소수자들 목소리 표현
타지인 치유 돕는 '붉은 비누2' 전시도
■"미술전시 매개로 우리 지역에 사람을"
"내 아버지, 오빠뿐만 아니라 친구들 부모 대다수가 조선소 종사자였죠."
프로젝트팀 '거제 섬도'의 주축인 김은주 작가는 거제도 출신이다. 서울서 예술을 전공하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그는 지난 2019년 나고 자란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제 섬도'는 거제도를 거점으로 섬의 생태와 기반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20년 조선 산업에 대한 첫 전시 '첫번째 파도'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부산, 울산, 경남 마산 등 국가 관리의 무역항 세 곳을 돌며 인간이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두번째 파도' 전시는 지난 10월, 사용연한이 끝나 뭍에 방치돼 있던 한국 최초 해상시험선 선진호에서 열었다. 이를 위해 무려 9년간 굳게 닫혀있던 선진호의 문을 열었다.
이번 아르코 전시회에서도 선진호 내부를 볼 수 있다. '파도2 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 전시 투어링' 가상현실(VR) 영상을 통해서다. 김 작가는 "선진호의 문을 열자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았다"며 "먼지 자욱한 그곳에서 소중한 자료를 많이 건졌다"고 돌이켰다.
혹자는 왜 예술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지역에서 활동하느냐고 묻는단다.
김 작가는 "뒤늦게 내 고향이 얼마나 특수한 지역인지 깨달았다"며 "전시를 매개로 사람들을 거제도로 불러들이고 싶다. 아르코 덕분에 지역 전시가 서울로 진출했는데 이러한 방식도 긍정적"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거제도 주민의 삶은 조선 산업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그동안 산업적·경제적 관점으로만 봐왔기에 인문학적·미술학적 시선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파도' 시리즈를 통해 바다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해양지리지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문화예술을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하는 그룹 다이애나랩은 2019년부터 서울과 제주에서 '차별없는 가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작품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벽과 선을 허무는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본 영화감독 우에타 지로와 작업한 영상물 '우리는 이미 펜스를 만난 적이 있잖아요'는 다양한 차별 문제를 고민해온 일곱 활동가의 인터뷰를 담았는데, 특기할 점은 시청각 장애, 언어 장벽 등 여러 경우를 고려해 만들었다.
유선 작가는 "작품의 기획단계부터 예술의 접근성이 창작의 한 맥락으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막과 수어 통역을 부수적 요소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음성해설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에선 장면의 길이를 조절하고 이미지를 잠깐 멈췄다 나오는 방식으로 제작했고, 크레딧에는 출연하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의 이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blblbg(벌레벌레배급)'과 협업한 설치 작품 '지도에 없는 이름'은 하얀 벽면에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활동가의 목소리를 손글씨와 점자로 표현했다. 유 작가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디자인돼 수천년간 유지돼온 이 사회에서는 더더욱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이 작품은 점자를 읽지 못하는 누군가가, 자신이 읽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문장에 대해서 그것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며, 손끝으로 더듬어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권은비 작가는 올해 옛 소련 국가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과 함께 '붉은 비누2'를 만들며 '불안'을 씻어냈다. 권 작가는 앞서 2015년 독일 베르나우 군사지역에서 전쟁과 냉전,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현지 주민들과 '빨래 프로젝트'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시장에는 '불안' 프로젝트에 참여한 빅토리아 T의 글이 전시돼 있다. 그는 "태어난 곳을 고향으로 부르지 못하는 것도 절망, 역사적인 고향에 외국인으로 인식받는 것도 절망"이라고 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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