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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가요계 미정산 논란'…법조계 "초기부터 법적 관리시스템 보완해야”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1 14:46

수정 2022.12.21 14:46


권진영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 이승기. /사진=뉴스1
권진영 후크 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 이승기.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전 소속사 후크 엔터테인먼트(후크)의 음원 정산 미지급 관련 사건이 법적공방으로 번지면서 연예인과 소속사간 수익배분과정을 공정하게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른바 '예능 노동자'인 가수나 배우나 연예인들은 진출 초기엔 수익 정산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구조여서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음원 정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기, 슬리피, 김연우도... 꾸준히 불거진 음원정산 논란
최근 불거진 이승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승기는 데뷔 후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음원 및 음반 수익을 정산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후크에 미정산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권진영 후크 대표는 음원 사용료 정산 누락을 인정하며 "'기지급 정산금 13억원 등 이자 포함 54억원 상당의 음원 수익 미지급금을 전부 이승기에게 돌려줬지만, 더 큰 돈을 요구받아 소송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가요계에서 음원 미정산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래퍼 슬리피는 전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해 살던 숙소의 전기와 수도가 끊겨 생활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9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6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2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받게 됐다.
이 밖에도 가수 김연우, 박효신, 윤하 등 다양한 가수들이 음원 미정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가수 김연우의 경우 복면가왕 출연후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음원 수익배분 문제를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미스틱은 김연우의 복면가왕 출연 당시 부른 음원에 대해 "미스틱과 MBC가 공동제작했다"며 음원 수익 배분을 회사측이 60% 가져가는 것으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미스틱이 복면가왕 음원을 MBC와 공동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연우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토록 했다.

■"사적관계 엮여 법적분쟁 꺼려"
법조계에선 미정산 논란에 대해 예능인들이 쉽게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적 관계로 엮인 경우가 많은데다 문제를 제기할 경우 발생할 직간접적 불이익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속사와 예능인간 초기 계약 과정에서 회계사나 변호사 등을 끼고 수익배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인 박수홍을 변호중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연예인들의 정산액을 개인 회계사나 변호사들이 관리를 해주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는 그런 요청을 하면 '나를 믿지 못하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계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 광고, 유튜브 등 다양한 업체와 계약하는 만큼 그 내용이 복잡해 본인이 직접 정산 내역을 받아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과 소속사 대표의 관계가 공적인 관계보다는 사적인 인간관계로 엮여있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정산 내역을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회사를 불신하는 것처럼 비칠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송사나 행사를 섭외하는 권한을 소속사 대표가 가지고 있고, 연예인은 바쁜 스케줄만 소화하는 구조도 미정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는 경우 오히려 결론이 쉽게 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정산 논란은 문화적 구조가 굉장히 복잡한 반면 법적인 구조는 명확하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연예인과 소속사가 소송까지 가는 경우 대부분 깔끔하게 횡령으로 결론이 나면서 연예인 측이 승소하는 편"이라며 "오히려 영세한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승소 여부보다는 정산 금액 회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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