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하락… 산업계 희비
"원유·원자재 수입부담 감소"
항공·정유·철강은 시름 덜어
"원유·원자재 수입부담 감소"
항공·정유·철강은 시름 덜어
■10개월여 만에 1200원대로 하락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3.3원 하락한 1289.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00원대로 내려온 건 지난 2월 24일(1202.40원)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영향으로 올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10월 한때 연중 최고치인 1439.8원(종가 기준)을 찍었다. 분기별 원·달러 평균 환율도 올해 1·4분기 1205.29원에서 3·4분기 1340.23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등에 11월 초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수출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업황부진으로 4·4분기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율상승세가 꺾이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기업들은 통상 판매대금을 달러로 받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전기전자·車 손실…항공·정유 수혜
LG전자는 3·4분기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408억원가량 환차익이 발생한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1%가량이다. 삼성전자도 해외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도 3·4분기 말 기준 원·달러 환율 5% 상승 시 278억원, 69억원가량 환차익이 실적에 반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에서 4000억원 이상의 환차익을 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3·4분기 환차익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이 각각 4740억원, 76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강달러에 취약한 항공·철강·정유업계는 환율하락세를 반기고 있다. 유류대금이나 항공기 도입 관련비용을 달러화로 결제하는 항공업계는 환율 변동에 극히 민감하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84억원의 환차손을 입는다.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 증가 및 환차손에 따른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통상 정유업계는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이 먼저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게 하고, 60∼90일 뒤에 대금을 결제하는 유전스(기한부 어음)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달러당 1000원에 구입한 원유대금을 환율상승으로 1100원의 오른 환율로 갚게 돼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뿐 아니라 원자재가 및 투자비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제품이 안 팔려 재고만 쌓이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는 단기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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