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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나요? 호호 불며 먹던 겨울 간식… 귀하디 귀한 '붕어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0 18:09

수정 2022.12.20 18:09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 등 겨울철 간식 가격이 오른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도로에서 한 상인이 붕어빵을 팔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겨울 붕어빵 2마리 가격은 기본 1000원 수준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1마리에 1천원인 곳도 있었다. 연합뉴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붕어빵 등 겨울철 간식 가격이 오른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도로에서 한 상인이 붕어빵을 팔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겨울 붕어빵 2마리 가격은 기본 1000원 수준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1마리에 1천원인 곳도 있었다. 연합뉴스

#. 세종시에 사는 30대 A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말에 길거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이 급등하며 손님들이 끊기자 장사를 포기한 상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힘들어지자 붕어빵 파는 곳 일대를 의미하는 '붕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붕어빵이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사에 타격을 맞은 데다 최근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며 이를 버티지 못하고 장사를 접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붕어빵을 먹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붕어빵 2마리에 1000원은 기본

20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겨울 붕어빵 2마리 가격은 기본 1000원이다. 서울 강남 등 주요 번화가에서는 1개 가격이 1000~2000원으로 뛴다. 치즈 베이컨 등이 추가로 들어간 프리미엄 붕어빵은 1개에 3000원에 팔린다. 웬만한 제과점에서 파는 빵 가격이다. 붕어빵이 서민음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붕어빵 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과 호떡 등에 들어가는 주재료 5가지 가격을 조사한 결과 5년 전보다 평균 49.2%, 지난해보다는 18.4% 올랐다.재료로 사용되는 붉은 팥(수입산)은 800g 평균 가격이 6000원으로 5년 전(3000원)보다 100% 급등했다. 지난해(5000원)보다는 20% 뛴 가격이다. 밀가루(중력)는 1kg 가격이 1880원으로 5년 전보다는 46.9%, 작년보다는 18.2% 올랐다. 이외 설탕과 식용유, 붕어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LGP 가스 가격도 5년 전 보다 각각 21.5%, 33.2%, 27.4% 상승했다.

반죽에 쓰이는 재료량, 추가 재료를 고려하면 상승 폭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장사 접어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붕어빵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의하면 지난 2012년 9292개였던 길거리 노점상은 2020년 6079개로 8년 만에 3213개(34%)가 사라졌다. 지난해 9월엔 5873개로 감소하면서 약 1년 새 206개가 추가로 없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올해까지 이어진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노점 수는 이보다 더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 장사를 접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상인은 "지금 붕어빵 가게가 사라지는 이유는 붕어빵을 팔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팥, 반죽 모든 게 올라 팔고 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 비싸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길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고물가에 지친 서민들이 가계부담을 낮추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프라이팬과 믹스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홈메이드 붕어빵'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11월 1~12월 9일 통조림 팥과 붕어빵 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완제품 붕어빵 상품 매출은 20.2% 늘었다.

같은 기간 호떡믹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31.4% 뛰었다. 이 기간 판매량은 10만개로 전년 대비 2만개 이상 더 팔렸다.

A씨는 "겨울철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어 직접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예전에 1000원이면 초코, 슈크림, 팥 등 3가지 맛 붕어빵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개에 1000원을 줘야 한다니 옛날이 그립다"고 말했다.

■ "이곳에서 팔아요" 붕세권 앱 등장

최근에는 붕어빵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붕세권 앱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앱은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알려줘 인기다. 대동붕어빵여지도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늘면서 붕어빵뿐 아니라 모든 풀빵의 위치를 공유하는 '대동풀빵여지도'로 진화했다. 대동풀빵여지도엔 현재까지 약 1100개의 가게가 등록돼 있다.


아울러 붕어빵 가게를 찾아주는 앱도 나타났다. '가슴속 3000원'은 전국의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붕어빵 위치 공유 앱이다.
앱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장 가까운 붕어빵 가게를 알 수 있으며 붕어빵 가게까지의 이동 시간, 가격, 평점과 리뷰 등을 볼 수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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