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마침내 올해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 올들어 테슬라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150억달러(약 19조3000억원)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공매도 투자자들은 2020년과 2021년 두 해에 걸쳐 510억달러(약 65조7000억원)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전체 성적은 여전히 신통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침내 빛 본 공매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공매도를 추적·조사하는 S3파트너스의 데이터를 인용해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올해 150억달러 평가익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나중에 주식을 되사 갚는 방식의 투자다. 주가가 예상대로 하락하면 자신이 매도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값에 주식을 사서 되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판 것보다 더 높은 값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올해에는 공매도 전략이 적중했다.
테슬라 주가는 20일 8.1% 폭락세를 더해 올해 낙폭이 61%에 이른다.
크게 낮아진 주가로 공매도 투자자들이 자신이 판 것보다 훨씬 싼 값에 테슬라 주식을 사서 되갚을 수 있게 됐다.
고단한 공매도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올해 비로소 빛을 봤다고는 하지만 지난 2년간은 고전했다.
2020년과 2021년 펜데믹 기간 테슬라 주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치솟자 이들은 주가 급락을 예상해 공매도에 나섰다. 펀더멘털은 거의 변한 것이 없는데 주가가 치솟으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테슬라 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이들은 손해만 봤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들은 테슬라 공매도로 2020년과 2021년 막대한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평가손 규모는 모두 510억달러에 이른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매도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 투자자들이 서둘러 테슬라 주식을 사서 원래 주인에게 갚느라 테슬라 주가가 더 뛰었다. 이른바 '공매도 압박'이다.
지난해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 '밈주' 폭등의 배경도 바로 공매도 압박이었다.
30→400달러로 13배 폭등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까지 폭등세를 기록했다.
전기차 대명사라는 브랜드 명성과, 자동차 업체들이 팬데믹 이후 반도체 부족부터 시작해 심각한 공급망 차질 속에 생산에 압박을 받는 와중에도 테슬라는 사상최대 생산을 지속하며 사상최고 순익 기록을 지속한 덕분이다.
그동안의 액면분할을 감안할 때 테슬라는 2020년 주당 30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지난해 11월 4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서 시총 기준 미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 매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내비친 4월부터 테슬라의 본격적인 하강세가 시작됐다.
4·4분기 들어서는 테슬라의 중국 가격 인하로 수요 둔화 우려가 불거졌고, 내년 미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미 수요 둔화 우려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머스크가 10월 28일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 뒤 CEO로 직접 트위터 경영에 나서면서 테슬라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테슬라 시총은 20일 존슨앤드존스(J&J), 석유메이저 엑손모빌보다 낮아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500대 기업 가운데 시총 순위가 9위로 미끄러져 2020년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한 10월 말 이후 테슬라 주가 낙폭은 40%에 육박한다.
한편 테슬라 공매도 투자들은 상당수가 나가 떨어져 지금은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510억달러가 넘던 공매도 규모가 올해에는 평균 193억달러로 줄었다.
또 시장에서 거래되는 테슬라 주식 가운데 공매도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평균 10%에서 지금은 3%로 대폭 줄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