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질환, 소화불량이나 변비도 유발해
휘어진 척추, 심할 경우에 장기까지 압박
추나와 약침, 한약 쓰는 '한의통합치료'
[파이낸셜뉴스] # 최근 들어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과 함께 부쩍 소화가 잘되지 않는 A(31)씨. 더부룩함을 해소하기 위해 소화제를 먹어보지만 증상이 가라앉는 건 일시적이었다. ‘추운 날씨에 운동량이 줄어서?’, ‘음식에 문제가 있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명확한 원인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한동안 A씨를 괴롭혔던 소화불량은 척추측만증 탓에 방문한 한방병원에서 우연히 원인이 밝혀졌다. 척추가 장기 쪽으로 휘면서 위장을 압박해 소화불량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소견을 들은 것. 의료진은 변형된 척추를 방치할 경우 허리 통증이 더욱 악화될 뿐만 아니라 복부 팽만감, 변비 등 여러 불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 통증과 소화불량 탓에 일상에 큰 지장을 겪고 있던 A씨는 충분한 상담 끝에 한의치료에 나서기로 한다.
휘어진 척추, 심할 경우에 장기까지 압박
추나와 약침, 한약 쓰는 '한의통합치료'
소화불량, 변비 등의 내과 질환과 척추측만증, 허리디스크와 같은 외과 질환은 언뜻 보기에 상관관계가 없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허리 통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 소화불량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A씨와 같은 척추측만증 환자다. 척추옆굽음증이라고도 불리는 척추측만증은 질환명 그대로 척추가 측면으로 휘는 것을 말한다. 원인은 선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크게 특발성과 기능성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척추측만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으로 전체의 대략 90%를 차지한다. 반면 기능성은 잘못된 자세나 생활 습관에 의해 발생한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휘어진 척추는 C자형 또는 S자형으로 돌출되며 증상의 진행 정도가 심할 경우 장기를 압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속 쓰림, 복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전반적인 장기의 기능도 저하된다.
또한 척추 만곡에 변형이 오면 외부의 충격과 체중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지속적으로 척추에 부담이 누적될 경우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돌출 혹은 파열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발전할 수 있다.
소화불량과 허리 통증 모두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야기하는 증상인 만큼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이때 침습적 치료 없이 척추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한의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먼저 척추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한의 치료법 중 하나인 추나요법을 실시해 허리 통증을 완화시킨다. 한의사가 직접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틀어진 척추의 배열을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은 허리 통증의 구조적인 원인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하는 침치료와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등의 치료법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를 실시하면 더욱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허리는 노화에 따라 퇴행이 진행되기 때문에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치료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한의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실제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의 허리 통증 완화 효과는 10년 뒤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 전 평균 4.39로 중등도에 달했던 요통 시각통증척도(VAS)는 치료 후 통증이 거의 없는 수준인 1.07로 개선됐으며 10년 후까지 1.15점으로 치료 직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VAS는 환자의 통증을 수치화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척추측만증과 같은 척추질환은 치료와 함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원인이 특발성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자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증상 악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서거나 앉아 있을 때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이 중요하며 다리를 꼬는 자세는 신체 불균형을 유발하므로 자제하도록 한다. 또한 무거운 짐을 옮길 때는 무게를 양쪽 어깨에 고르게 분산시킬 수 있는 배낭식 가방을 사용하거나 양손에 비슷한 무게로 나눠 드는 것을 권한다.
우리 몸의 기둥인 척추는 신체 한가운데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한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척추 건강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다가오는 새해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검진과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도록 하자.
수원자생한방병원 윤문식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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