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테네시주(州) 멤피스의 한 동물원이 20년간 중국에서 빌려온 대왕판다 러러와 야야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20여 년만의 귀향길이다.
22일 로이터 통신은 동물원의 판다 송환 발표가 동물 보호단체의 비판이 수개월간 누적된 결과라고 보도했다.
IDA(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동물 보호단체)는 러러와 야야가 동물원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며 판다들에게 더 나은 음식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여 우리에 가두는 시간을 줄이고 판다 보호소로 옮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단체는 지난 2월 판다들이 "육체적·정신적· 정서적 박탈을 겪고 있다는 증거"라며 트위터에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판다가 동물원 실내 기둥을 강박적으로 뱅뱅 도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명 가수 빌리 아일리시가 해당 영상을 리트윗하며 4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IDA가 러러와 야야를 중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올린 청원 글에는 8만8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서명했다. 참여자들은 "학대를 멈춰라"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문제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곧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인과응보가 따르기 마련" 등의 댓글을 남겼다.
동물원 대변인은 판다 송환이 동물 보호단체의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 대여한 동물들이 말년에는 중국 땅에서 쉴 수 있도록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방침을 감안하더라도 러러(24)와 야야(22)는 이미 기대 수명을 10년 가까이 넘긴 초고령이다. 요청이 올 거라면 진작 왔어야 한다는 뜻이다.
동물원 측은 21일 성명을 통해 러러와 야야가 "앞서나가는 연구와 보존 프로젝트를 도왔다고 감사를 전했다. 또 덕분에 방문객들이 중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조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DA 측은 "승리의 순간을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며 "모든 동물원이 동물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인가된 보호구역에 방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대왕판다의 서식지로 알려진 중국 남서부 산악 지역 일대는 산림 벌채로 생태계를 위협받고 있다. 살 곳이 줄어든 대왕판다 역시 멸종 위기에 놓였다. 세계 야생동물 기금에 따르면 현재 생존하는 야생 판다는 약 1800마리이며, 전 세계 동물원에 약 500마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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