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주택자 규제완화를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이라는 표제 아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및 대출 규제가 대폭 줄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를 8·12%에서 4·6%로 절반 줄인다. 1주택자 취득세(1~3%)와 유사해진 셈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오는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유예한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규제지역 내 금지에서 30%까지 허용한다.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침체가 가속되자 다주택자를 해결책으로 세우는 모양새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는 금리인상과 무관한 자산가들의 이른바 '줍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교통 호재지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곳에서 고점 대비 40% 하락이면 현장의 말을 빌려 '바닥은 아니라도 무릎까지는 내려왔다'는 분위기가 흐른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완화는 이러한 기조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현장 예상대로라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완화는 유동성이 회복될 미래에 자산 빈부격차를 키운다. 피케티 교수가 '21세기의 자본'에서 말한 자산수익률(r)은 경제성장률(g)보다 높아서 불평등이 필연적으로 심화된다는 주장과 결론이 유사하다. 지난 2015년 피케티 교수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반론으로 토론을 벌이고, 비판을 수용해 논문 일부를 수정하기도 했다. 다만 다주택자 규제완화는 반론이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부양책은 반증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정부의 이번 부동산정책방향 발표를 놓고 조금씩 비판이 일고 있다. 인기영합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토론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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