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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 500대 기업에 韓 3%, 과감한 규제완화부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2 18:20

수정 2022.12.22 18:20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세계 500위권에 드는 한국 기업들이 규모나 진출 업종 면에서 주요국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포천사가 해마다 전 세계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글로벌 500 올해 순위를 분석한 결과다. 혹독한 경제가 엄습해오는 시기에 믿을 건 기업밖에 없는 처지에서 한국 대표업체들의 글로벌 순위가 계속 밀리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00위권 한국 기업은 16개로 전체 3%에 불과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중국(136개사)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미국(124개), 일본(47개), 독일(28개), 프랑스(25개)와 비교해도 열세를 면치 못한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기업의 내실이다. 500위권 기업의 1사당 평균 매출액이 우리 기업은 623억달러였다. 미국, 중국 기업은 각각 900억달러, 800억달러를 넘는다. 우리 기업이 속한 업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으로 봐야 한다.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우주항공,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포천이 분류한 21개 업종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한 업종은 전자·반도체, 금융, 자동차 등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9개, 중국 15개, 일본과 프랑스도 13개에 이른다.

한국 대표기업이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기 글로벌 업계의 미래 업종 선점 경쟁은 후끈 달아오른 지 이미 오래다. 언제까지 익숙한 분야만 고집하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래 첨단분야 기술 수준(2020년)은 미국의 60% 선이다. 우주항공, 양자 기술이 각각 미국의 68%, 62%였다. 중국이 각각 83%, 90%인 것과도 비교된다.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의 주력 반도체 시장보다 크다. 긴 안목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해졌다.

신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 책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빈약한 경제토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과 이에 영합한 정치권의 무책임은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가 우주탐사, 양자기술, 모빌리티, 미래 의료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21일 공개한 '신성장 4.0' 전략은 의미가 크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약속한 인재 육성, 규제혁신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망 재편기 새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요청했다.
지금은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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