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위권 한국 기업은 16개로 전체 3%에 불과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중국(136개사)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미국(124개), 일본(47개), 독일(28개), 프랑스(25개)와 비교해도 열세를 면치 못한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기업의 내실이다. 500위권 기업의 1사당 평균 매출액이 우리 기업은 623억달러였다. 미국, 중국 기업은 각각 900억달러, 800억달러를 넘는다. 우리 기업이 속한 업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으로 봐야 한다.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우주항공,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포천이 분류한 21개 업종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한 업종은 전자·반도체, 금융, 자동차 등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9개, 중국 15개, 일본과 프랑스도 13개에 이른다.
한국 대표기업이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기 글로벌 업계의 미래 업종 선점 경쟁은 후끈 달아오른 지 이미 오래다. 언제까지 익숙한 분야만 고집하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래 첨단분야 기술 수준(2020년)은 미국의 60% 선이다. 우주항공, 양자 기술이 각각 미국의 68%, 62%였다. 중국이 각각 83%, 90%인 것과도 비교된다.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의 주력 반도체 시장보다 크다. 긴 안목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해졌다.
신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 책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빈약한 경제토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과 이에 영합한 정치권의 무책임은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가 우주탐사, 양자기술, 모빌리티, 미래 의료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21일 공개한 '신성장 4.0' 전략은 의미가 크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약속한 인재 육성, 규제혁신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망 재편기 새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요청했다. 지금은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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