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정부가 현행 25%인 법인세 법정 최고세율을 22%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부터 이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혜택을 보는 과세 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이 상위 0.01%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국민의힘은 “(인하 효과의) 60∼70%가 주주에게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고세율을 1%포인트만 깎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민주당은 받았지만 국민의힘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과세 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뿐 아니라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과세 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내에서도 제일 윗구간만 인하하면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공평성, 형평성 차원에서 같이 1%포인트씩 낮추면 좋겠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당초 자신들 안인 3%포인트 인하가 어렵다면 1%포인트라도 낮춰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런 것을 감안한 최종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시행령을 통한 조직 관련 예산도 첨예한 쟁점이었다. 규모 면에서는 11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윤석열 정부 조직 운영 정당성과 연계되면서 여든 야든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민주당은 원래 정부안에 들어 있던 해당 예산이 ‘불법적 권력 기관 예산’이라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6억원 규모 경찰국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었다. 김 의장이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적법성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를 쓴다는 부대 의견을 넣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을 때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반가울 수 없었다. 실제 예산 운용상에서도 적법성 결정까지 예비비로 쓴다는 것은 사실상 관련 예산 전액 삭감과 같은 효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50% 감액하며, 두 기관에 관한 민주당의 이견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 시에 대안을 마련해서 합의 반영’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금액이 얼마 안 되고 운영되고 나면 전용도 가능하다”며 예비비에서 정규 예산으로 편성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고 시사했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꼽히는 지역 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민주당은 올해 예산이었던 7050억원만큼 반영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행안위에서 5000억원 했지만 이것도 안 된다 해 온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이 요구한 것의 절반인 3525억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야는 주요 쟁점 예산을 놓고 릴레이 협상을 벌여 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은 물론 정기국회 만료일(12월 9일)을 넘긴 데다가 김 의장의 1차 협상 데드라인(12월 15일)마저 지키지 못하자 김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23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합의안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된 정부안 또는 민주당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는 배수의 진이었다.
여야가 22일 오후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예산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23일 오후 6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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